애순과 관식이의 가요무대…‘폭싹 속았수다’ 홍보도 감다살 [해시태그]

입력 2025-03-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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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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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순아 관식아 행복해라

그저 행복했으면 하는 열여덟 산골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 어른들의 눈엔 ‘요망진 반항아’와 ‘팔불출 무쇠’의 철없는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가슴 아리는 엄마와 아빠의 인생이기도 하죠. 도무지 다 헤아릴 수 없는 그 시절 풍경에 여러 감정이 교차합니다. 그래서인지 무조건 이들의 행복을 응원하게 되는데요. 무슨 일이 있어도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죠.

마음을 울리는 문학작품 같은 드라마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7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인데요. ‘수고하셨습니다’의 제주도 방언이죠. 제주도에서 태어난 오애순(아이유·문소리)와 양관식(박보검·박해준)의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드라마입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방영 전부터 ‘동백꽃 필 무렵’으로 필력을 인정받은 임상춘 작가와 ‘나의 아저씨’, ‘시그널’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에 기대감을 모은 김원석 감독뿐 아니라 아이유·박보검·문소리·박해준 등 명배우들의 조합으로 올해 넷플릭스 기대작으로 꼽혔죠.


▲배우 아이유, 박보검이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아이유, 박보검이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봄·여름·가을·겨울 총 4막으로 진행돼 7일에는 봄에 해당하는 1~4화가 공개됐습니다. 14일에는 여름 이야기인 5~8화가 공개될 예정인데요.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차례로 4편씩 총 16부작으로 방영됩니다.

봄 이야기는 아이유와 박보검의 10대부터 부부가 된 사연들이 담겼는데요. 육지(서울)에 있는 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해 시인이 되겠다는 똑똑한 애순이에게 너무나 격한 일들만 몰아치죠.

부모님을 잃은 불운과 계속되는 가난, 그리고 여자라는 점이 애순이의 꿈을 막아섭니다. 어릴적 아버지를 여의고 엄마 전광례(염혜선)은 새 가정을 꾸려 애순이의 이부남매 2명을 두었지만, 억척스럽게 잠녀(해녀) 일을 하다 숨병(뜻: 오랜 기간 물질을 하며 겪는 호흡기 관련 질환)에 걸려 29살 나이에 요절합니다. 친할머니와 작은아버지의 구박 속에서 벗어나 겨우 엄마가 다시 함께한 시간은 1년도 채 안 됐는데요. 이후 이부동생들을 돌보며 엄마의 전남편의 ‘대학 보내 주겠다’라는 말을 믿고 집안 살림을 다 해나가지만, 이마저도 무너지죠. 이런 애순의 곁에는 10살 때부터 그저 우직하게 돌봐왔던 관식이 뿐이었습니다. 관식은 애순을 위해 야반도주를 감행하기도 하고, 배에서 뛰어내리기도 하는데요. 그의 고백처럼 인생의 10할이 애순입니다.

이런 관식 덕에 애순은 말도 못 할 시집살이를 견디는데요. 시집살이 대물림 속에서도 자신의 행복을 찾던 애순이 폭발한 건 바로 딸 ‘금영이’ 때문이었습니다. 애순이는 금명이를 잠녀로 만들려는 시댁의 제사상을 뒤엎고 딸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서죠. 물론 그 앞에는 관식이 함께합니다. “네가 밥상을 엎으면 뒤는 다 내가 책임진다”라고 했던 그 말을 그대로 지키는 남자인데요. 애순은 그런 관식의 곁에서 10살 때와 마찬가지로 ‘호루라기 같은 여자’로 나란히 걷습니다.

마냥 안쓰럽지만 않은 것은 애순과 관식이 서로에게 보여준 마음과 이를 지켜주려는 그래도 따뜻한 어른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내용 곳곳에 유쾌함도 담았죠.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이 따뜻함은 통했는데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폭싹 속았수다’는 10일 넷플릭스 전 세계 TV쇼 부문 6위에 올랐는데요. 전날도 동일한 순위입니다. 넷플릭스 TV쇼 부문 국가별 순위에서는 한국을 포함해 홍콩, 인도네시아,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필리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등 12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고요. 직전 일 10개국에서 2개국이 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공개 직후 곧바로 '오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1위에 등극해 유지 중이죠.

이 작품의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 주가도 뛰었는데요. 제주도를 옮겨 놓은 듯한 세트장 등으로 제작비만 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드라마 주말 공개 이후 장이 열린 10일 팬엔터테인먼트 주가가 27% 넘게 급등했죠. 이 기세는 11일도 이어졌는데요. 오후 4시 기준 전일 종가 3230원에서 3.25% 상승한 3335원에 거래 중입니다.

‘폭싹 속았수다’의 홍보 스케줄도 이색적인데요. 드라마와 영화 출연자들이 으레 나오던 유튜브 등 토크쇼에 이어 ‘음악프로그램’에 등장한 거죠. 하지만 이 음악프로그램 선정도 심상치 않았습니다.

바로 KBS1 ‘가요무대’에 등장한 건데요. 10일 방송된 ‘가요무대’에 선 아이유와 박보검은 드라마 속 애순과 관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죠.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 프로그램에 50년대생 애순과 관식의 출연은 그야말로 찰떡이었습니다. 드라마 팬들은 ‘더 시즌즈’도 ‘뮤직뱅크’도 아닌 ‘가요무대’ 홍보 일정에 ‘감다살(감 다 살았다)’ 그 자체라는 반응이 쏟아졌죠. 사실 이 출연은 박보검의 아이디어였다는 후문까지 나오며 “금명아, 너희 부모님 TV 나온다”라는 감탄도 이어졌습니다. 해당 무대는 유튜브 채널 'KBS 레전드 케이팝'에서 공개 17시간 만에 37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인기 급상승 동영상(인급동)에도 이름을 올렸죠.


(출처=유튜브 채널 ' KBS 레전드 케이팝' 캡처)
(출처=유튜브 채널 ' KBS 레전드 케이팝' 캡처)

(출처=유튜브 채널 ' KBS 레전드 케이팝' 캡처)
(출처=유튜브 채널 ' KBS 레전드 케이팝' 캡처)


사실 한편으로는 600억 원 제작비에 비해 흥행 면에서 다소 아쉽다는 평도 나오는데요. ‘폭싹 속았수다’는 6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기에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주제일 수도 있다는 점, 동시에 전편을 공개하지 않고 4회씩 4주에 걸쳐 총 16회를 선보이는 파격적인 편성 등이 걸림돌로 언급돼 왔죠.

하지만 아직 봄일 뿐인데요. 더 긴 여름과 가을, 겨울은 시작되지 않았죠. “엄마 인생도 나름 쨍쨍했어”라고 회상하는 애순의 이야기도 아직 남아있고요. 다 물론 다시 태어나도 관식과 결혼하겠다는 ‘그 한결같은 마음’도 아직 다 누리지 못했죠. ‘폭싹 속았수다’의 다음 계절의 풍경은 더 ‘따스함’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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