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면세점 매출 2019년 ‘절반’…외국인 더뎌
“임대료 현실화하고 장기적 해결책 모색해야”

공항 이용객 수 회복에도 면세점 매출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으면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특히 면세점 비용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임대료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공항과 기업 간 조인트벤처(JV) 설립 등 장기적인 관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항공·관광산업의 위기 진단과 해법' 토론회에서는 국내 면세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이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힘 나경원·송언석·김은혜 의원과 대한상공회의소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날 김숙경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출국자 수는 2024년 기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면세점 매출액은 2019년의 72.2% 그치는 실정이다. 출국장 면세점 매출액에서 내국인과 외국인 비중은 각각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데, 내국인보다 외국인 매출 회복 속도가 더욱 더디다. 반면 매출은 2019년 24조8586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14조2248억 원에 그쳐 회복이 느리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5051억 원으로, 2022년 대비 507% 폭증했다. 면세 사업자의 매출 대비 공항 임대료 비중은 약 40% 수준인데, 외국 국제공항들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 위원은 "면세점 매출에서 내국인 비중은 약 20%, 외국인은 80%로 외국인이 결정적"이라며 "면세점 매출 증가를 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더불어 관광객의 면세점 구매전환율(관광객 대비 구매자 비율) 증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출액 변화를 위한 필요한 요인들의 개선 폭이 상당히 크고 내외국인 관광 쇼핑 행태가 면세점에 부정적 방향으로 변하고 있어 단기간에 걸쳐 매출 개선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향후 정책을 고민할 때도 이런 지점에 기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규선 동서울대 관광학부 교수는 "인천공항 면세점 구역 임대료 총액은 2017년 1조 원을 돌파한 이래, 주요 운영사업자들이 부담하는 실제 임대료 수준은 매출 대비 40%를 초과하며 다른 해외 국제공항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단기적 전략으로 △임대료 부담 완화 △매장별 맞춤형 지원 △탄력적 임대료 적용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매장별 임대료 향상 △사업자·공항 JV 등 실질 협력 △비항공수익 비율 완화를 제안했다. 그는 "저효율 매장 끼워팔기식의 입찰 패키지 방식에서 매장별 효율을 반영한 시설 임대 기준을 수립하고 수익 구조 개편을 통해 공항의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석 한서대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항경제권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한 조세·부담금 감면 등 혜택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공항 운영자와 면세사업자 간 JV 구성 운영 또는 직접 협상해 임대하는 방안이, 단기적으로는 공항 임대료 조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고상동 영진사이버대학교 교수도 "면세산업 적자 해소 방안 자구책은 기업 자체에 맡기더라도 경쟁력의 기본인 임대료 감면 등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임대료 완화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임성빈 인천국제공항공사 상업서비스처장은 "면세업계가 어렵지만 일부 면세점은 흑자를 내고 있어 어떤 방안을 모색해야 할지 어렵다"며 "(입찰가를 적게 내 입점하지 못한 업체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