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하락
가전업계, 올해 경영 환경 악화 우려 속 기대감

지난해 글로벌 해상 물류비 급등으로 인해 국내 가전업계가 1조5000억 원 이상 추가 부담을 떠안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해상운임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업계는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경기 둔화와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전반적인 경영 환경은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류비 부담이 완화된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12일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운반비(물류비)로 2조9600억 원을 지출했다. 전년 대비 무려 1조2400억 원 증가한 수준이다. LG전자는 아직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작년 3분기까지 물류비가 전년 동기 대비 3000억 원 이상 늘었다. 두 기업이 작년 한 해 동안 부담한 추가 운반비만 해도 1조50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전업계의 물류비 부담이 커진 주된 이유는 글로벌 해상운임 급등이다. 지난해 글로벌 해상 물류비의 주요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크게 상승하며 기업들의 운반비 부담을 가중시켰다. 특히 부피가 큰 TV, 세탁기, 냉장고 등 대형 가전제품은 해상 물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운임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SCFI는 작년 7월 첫째 주 3733.8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맞물린 탓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높은 운임 부담을 겪으며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관련 뉴스
하지만 올해 들어 SCFI는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SCFI는 1436.3을 기록하며 연초 대비 42.7% 하락했다. 지난해 7월 첫째 주 고점과 비교하면 61.5%나 낮아진 수치다. SCFI가 15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3년 12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해상운임이 급등하면서 물류비가 실적에 큰 부담이 됐다”며 “올해는 운임이 내려가면서 비용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으로의 수출 비용 절감 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상운임이 하락한 주요 배경으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꼽힌다. 관세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 자국산 수요가 늘어난다. 이는 해상 물류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보호무역 정책 기조가 강화되면서 해상 물동량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러한 요인이 해상운임 하락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전업계가 트럼프발 보호무역 정책의 간접적인 수혜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가전업계는 올해 경기 둔화와 보호무역 강화로 인해 전반적인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수요 둔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해상운임 하락은 비용 절감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운반비 부담이 줄어든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지만 여전히 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 우려가 크다”며 “올해도 비용 절감과 제품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