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반도체 연구개발(R&D)에 특별연장근로 1회당 인가기간을 최대 1년까지 연장하는 특례를 신설한다. 연구개발 인력을 주 52시간제에서 예외로 두는 반도체 특별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경직적 근로시간 규제로 기술경쟁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업계의 건의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12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반도체 연구개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보완방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5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제도가 기업 연구개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기업 연구부서의 75.8%가 주 52시간제 시행 후 연구개발 성과가 줄었다고 응답했다”며 “특히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법 폐지 논란, 중국의 기술 추월 등 반도체 산업 위기요인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연장근로는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전제로 연구개발 등에 주 12시간까지 초과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제도다. 현재는 1회 3개월간 사용 후 재심사를 받아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그간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정이 6개월 이상 소요되는 연구개발자의 집중근로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이번 방안에서 정부는 ‘3+3’ 형태인 인가기간을 ‘6+6’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단, 초과 연장근로 한도는 6개월 인가 시 첫 3개월간 12시간이나, 이후 3개월은 6시간으로 축소된다. 또 사업주는 인가기간에 근로자 건강검진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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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정부는 제도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 불법 신고센터인 ‘가칭 특별연장근로 신고센터(가칭)를 운영한다. 제도 오·남용 사업주에 대해선 시정을 지시할 방침이다.
한편,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전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경기 성남시 판교 동진쎄미켐 R&D 센터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를 열고 근로시간 관련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김 장관은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업계 얘기를 들어보면 현행 특별연장근로 3개월은 R&D 성과가 나오기엔 짧은 기간”이라며 “6+6개월 정도면 기업들도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 행정 조치여서 오래 걸릴 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