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의 의장 겸직 논란 가중
금융당국, 이사회 독립성 강조

12일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행사한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했다. 보고 안건에 대한 의견 제시는 전무했다.
인터넷은행 3사는 지난해 총 254건의 의결 안건을 다뤘다. 토스뱅크의 결의 안건 123건 중 제1차 이사회에서 논의한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취소 승인’ 관련 안건 심의 과정에서 유일하게 반대표가 나왔다.
카카오뱅크는 총 85개의 의결 안건을 다뤘으나 모두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지난 2023년에는 3사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낸 안건이 있었으나 지난해는 없었다. 케이뱅크도 46건 모두 일사천리였다. 내부통제 점검 결과, 책무구조도 추진 현황 등 중요한 안건은 모두 ‘의견 없음’, 또는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인터넷은행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최우형 은행장과 이은미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두 은행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은 원칙적으로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사외이사가 아닌 자를 의장으로 선임할 수 있는 단서 조항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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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인터넷은행들은 대표의 이사회 의장 겸직 구조에 대해 ‘효율성’을 꼽았다. 토스뱅크는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책임경영을 도모하고 효율적 이사회 운영을 위해 이사 전원의 동의로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도 “최 은행장이 경영·금융·IT 전문가로서, 공인회계사로서의 지식을 바탕으로 금융 전략부터 IT 분야까지 금융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고 있어 이사회 의장으로 적임이라 판단했다”면서 “다른 이사 전원의 동의를 받아 제1차 이사회에서 선임됐다”고 했다.
금융당국 등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며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사회의 전문성 함양은 금융회사 차원의 균형감 있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이루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전문성 때문도 있겠지만, 금융사와 정부가 상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영진과 지배주주에 우호적일 수 있는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4대 금융지주가 개최한 54회의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견 제시도 KB·우리금융은 없었고, 신한·하나금융만 10건 이상의 조언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