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철강 점유율 추락…해외서 밀리는 한국 주력산업 [韓 제조업이 무너진다①]

입력 2025-03-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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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3-16 17:43)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제조업, 전체 수출의 80% 차지
상위 13대 품목비중 60% 불구
국내 규제·中 약진·美 관세 등
대내외 악재에 경쟁력 ‘흔들’
“세제 혜택 등 제도 개선 시급”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영국의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4월 ‘한국의 경제 기적이 끝났나?(Is South Korea’s economic miracle over?)’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FT는 한국 성장모델의 주축이었던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짚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25년 3월. FT가 지적한 것처럼 한국의 성장엔진이 급속도로 꺼져가고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들린다. 제조업 ‘르네상스’ 시대를 주름잡았던 국가대표 기업들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한국 주력 산업들의 글로벌 존재감은 점차 위축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국 유일주의(America Only)’ , 중국의 과학굴기 등으로 글로벌 무역전쟁은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과도한 반기업 정책, 노동시장 경직성, 인재 부족 등 여러 장애물이 기업 경쟁력을 가로막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다. 본지는 대한민국 제조업이 처한 현실을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축인 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안팎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약 두 배다. 특히 제조업은 전체 수출의 80% 이상을 담당한다. 그 중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상위 13대 품목이 국내 수출에서 60%를 책임진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무너진다면 단순한 산업 위기가 아니라 경제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한국은 제조업의 회복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더 복잡하고 위협적이다.

16일 주요 시장조사기관 등의 발표를 종합하면 세계 시장을 선도하던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철강, 배터리 등 한국의 주력 산업들이 점유율을 잃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던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칩 위탁생산) 시장에서 대만의 TSMC 독주가 가속화되며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8.1%로 전 분기 9.1%보다 1%포인트(p) 하락했다. 같은 기간 TSMC 점유율은 67.1%로 2.4%p 상승했다. 이 기간 두 회사의 격차는 55.6%p에서 59%p로 확대됐다.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은 내수 한계와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제동이 걸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조사 결과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생산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413만대였다. 글로벌 순위는 6위에서 7위로 한 단계 떨어졌다. 국내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도 중국 기업들의 공격까지 더해지며 맥을 못추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이들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6%p 하락한 37.9%였다.

부동의 1위를 이어온 TV시장에서도 한국의 입지는 예전같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분석 결과 지난해 판매액 기준 글로벌 TV 점유율에서 삼성전자(28.3%)와 LG전자(16.1%)는 1, 2위를 지켰다. 하지만 판매 대수로 따지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TCL, 하이센스, 샤오미 등 중국의 주요 TV 업체의 출하량 기준 합산 점유율은 31.3%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28.4%)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고전 중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6%로, 애플(23%)에 이어 2위다. 직전 분기(19%)대비 3%p 축소됐다. 지난해 삼성전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분기 20% △2분기 19% △3분기 19% 등 내림추세다.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2023년 61.1%에서 지난해 55.1%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BOE, 차이나스타(CSOT), 티안마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점유율은 38.7%에서 44.8%까지 뛰었다. 불과 1년 만에 한국과 중국의 점유율 격차가 22.4%p에서 10.3%p로 줄어든 것이다.

업계에서는 제조업 경쟁력 하락의 원인으로 △국내 각종 규제 △중국의 기술력 향상 △전 세계 공급망 불안 △핵심 인재 부족 등을 꼽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까지 악재가 덮치며 난국을 타개할 만한 방안 찾기가 쉽지 않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제, 노동시장, 산업입지 등 전 분야에 걸쳐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제도의 경쟁력이 오랫동안 개선되지 않아 경쟁국보다 열위"라며 "기업이 대규모 제조업을 효율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제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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