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잇감 돼도 '이 대신 잇몸'으로 싸우는 기업들 [뉴노멀 경영권 분쟁 下]

입력 2025-03-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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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3-12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고려아연와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군 간 경영권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공방전이 어느새 6개월째에 이르렀다. 갈수록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는 사태는 서로 치고받는 소송전의 판결에 따라 장기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영권 및 주주 간 분쟁은 재계의 ‘뉴 노멀’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일비재해졌다. 경영권 분쟁은 승자에 관계없이 기업 자체에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 분쟁에 몰입하면서 막대한 자금이 낭비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놓치는 사례도 생겨났다. 문제는 향후 이같은 다툼이 더욱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이 추진한 상법개정안과 3월 재계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화두로 떠오른 집중투표제 영향이다. 기업들은 해외 투기자본의 타깃이 되거나 소액주주에 휘둘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한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과거에 발생한 경영권 분쟁 사례를 통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해법을 짚어본다.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적대적 M&A 대항할 뾰족 수 없어
포이즌필·차등의결권 등 도입 속도 내야

경영권 보호 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선택지는 자사주 매입, 정관 변경 등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의 도입 논의가 더욱 빨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거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비롯해 현 경영진에 우호한 방향으로의 정관 변경, 이사회 구성 등을 통해 경영권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자사주 취득과 매각은 기업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자 자사주 공개매수로 대항했다. 상대편보다 매수 가격을 높게 불러 계획만큼 지분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하려는 의도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이나 제3자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살아난다. SK는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 참여 움직임에 맞서 자사주 4.5%를 채권은행에 매각해 우호 지분을 늘렸다. 2015년 삼성물산도 자사주 5.79% 전량을 우군인 KCC에 매각,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막아냈다.

정관을 변경해 경영권 보호 수단을 보장하는 방법도 있다. 주주총회에서 특정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결 기준을 높이는 초다수결의제, 인수합병 시 기존 경영진에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황금낙하산 제도 등을 정관에 신설하는 식이다.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양도할 때 대주주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거나, 주식 매입 후 일정 기간을 보유해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을 수도 있다.

고려아연은 1월 경영권 분쟁 이후 처음으로 열린 임시 주총에서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영풍·MBK 측의 이사회 장악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로,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것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관 변경은 주총 특별결의 사안이기 때문에 의결 기준이 높고 소액주주 등 다른 주주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며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이사회를 구성하거나 우호지분 확보 등이 현재로썬 기업들이 쓸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과거 경영권 분쟁은 총수 일가나 동업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사모펀드나 행동주의펀드가 개입하는 등 분쟁 양상이 다양해지면서 강력한 경영권 방어 수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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