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지난달 기업회생 직전 회동
유동화 전단채 손실 불가피하자
서로 "몰랐다"…투자자들 집회
불완전판매 검사로 확산 가능성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리테일(소매)로 판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의 손실이 불가피한 가운데 발행사 홈플러스와 발행 주관사인 신영증권이 책임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홈플러스의 카드대금채권을 유동화한 ABSTB를 상거래 채권으로 분류해 달라며 집회까지 여는 등 홈플러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홈플러스 관련 어음과 채권 등 전수조사를 통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들여다 볼 계획이다.
12일 금감원에 따르면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에 홈플러스 관련 기업어음(CP), 회사채, 전자단기사채(STB), ABSTB 등의 개인 판매 현황 및 관련 상품 보유량을 확보했다. 금감원은 10일부터 홈플러스 어음·채권 판매 현황에 관련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권 전 업권에 자료를 요청해 집계 중이다. 현재는 현황 파악이 우선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어떤 특정 방향성을 갖고 조사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현황 파악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정황이 발견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조사에 속도를 높이는 이유는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사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ABSTB가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홈플러스와 증권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한 상황이다.
홈플러스 재무 담당자와 신영증권 기업금융(IB) 실무자는 지난달 28일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가 지난달 25일 단기채 발행 전 신용등급 하락을 미리 인지했다고 주장했지만, 홈플러스는 사실과 다르다고 맞서고 있다.
관련 뉴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달 28일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자금 운영 수정 계획을 세우기 위해 신영증권 단기채 발행 담당자와 만났다”며 “이후 신영증권으로부터 최대 발행 가능한 규모가 기존 금액의 4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고 협력사와 직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연휴가 끝난 지난 4일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 투자자 손실 우려에 대해 증권사가 창구를 통해 개인에게 재판매한 부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반면, 신영증권 관계자는 “ABSTB 시장은 등급만이 아닌 기업, 신용보강 가능성, 유동성, 금리 등을 고려해 평가되는 시장이므로 신용등급 변동만으로 수요 변동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예측 결과를 홈플러스 측에 전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증권사들은 홈플러스가 이번 기업회생 결정의 계기가 된 신용등급(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포함)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직전까지 채권을 발행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동화증권 발행 주관사인 신영증권은 발행 물량을 다수의 증권사에 셀다운(재매각)했다. 신영증권은 투자자 피해와 불완전판매 등을 우려하는 증권사들 요청에 홈플러스에 대한 형사 고발을 검토 중이다.
홈플러스 ABSTB 피해자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해당 채권의 상거래채권 분류를 요구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해당 ABSTB는 홈플러스가 물품구입 대금 지급을 위해 현대카드, 롯데카드, 신한카드를 통해 발행한 3개월 만기의 단기채권"이라며 "홈플러스와 카드사의 신용을 믿고 거래한 상거래채권과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물품 구입대금을 정상 지급하기로 한 홈플러스가 정작 이 대금을 빌려준 자신들의 돈을 금융채권으로 분류해 돌려주지 않는다"며 금감원과 정부에 빠른 조치를 촉구했다. 문제가 된 ABSTB 가운데 개인과 법인 투자자에 판매된 물량은 약 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