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3조4548억 순매수
低위험 은행채 50% 이상 증가
30년물 국고채 잔액 11.3% 늘어
1년물 70% 가까이 감소 '대조적'
안전자산 선호로 국고채 금리 '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 투자를 늘리고 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장외채권시장에서 국채를 3조4545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1분기가 아직 다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해 4분기(10~12월) 전체 국채 순매수 규모(3조2815억 원)를 이미 앞질렀다. 금융채에서는 비교적 신용 위험이 적다고 평가받는 은행채(4866억 원→7503억 원) 순매수 규모가 같은 기간 50% 이상 증가했다.
반면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등 기타금융채(2조685억 원→1조4688억 원)는 29%가량 급감했다. 여전채란 카드사,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을 뜻한다. 만기가 3년 미만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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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위험이 크다고 인식되는 회사채의 경우, 개인 순매수 금액이 2조2883억 원에서 2조3079억 원으로 소폭 늘었다. 기관투자자 자금 집행이 활발해지는 연초를 맞아 개인들의 고금리 채권 투자 수요도 계절성을 타며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고채 중에서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30년물 장기채 발행이 늘어났다. 채권시장에 따르면 개인의 장외채권 만기 30년 이하 국고채 잔액은 연말 8조9869억 원에서 10일 10조38억 원으로 11.3% 급증했다. 이는 만기 1년 이하 국고채 잔액이 1조5875억 원에서 4883억 원으로 70% 가까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만기 2년 이하(5372억 원→1642억 원), 3년 이하(551억→290억) 국고채 잔액 감소 추세도 두드러졌다.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 전반에 걸쳐 위험회피 심리가 부각하며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고채를 개인이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불확실성에 만기가 짧은 국고채보다는 만기가 긴 국고채 선호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방위적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경제를 흔들고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미국 정부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는 이날부터 시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초 상호 관세와 캐나다,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불황에 빠지더라도 관세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하며 미국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외신과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 침체에 대한 질문에 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부인하지 않고 “부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다.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거론되며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 중이다.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6bp(1bp=0.01%포인트) 내린 연 2.560%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는 연 2.760%로 4.1bp 떨어졌다. 20년물은 연 2.674%로, 30년물은 연 2.563%로 각각 3.1bp 3.3bp 내렸다. 국고채 금리 약세는 미국 국채 금리 급락 영향을 받았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현지시간) 뉴욕 시장에서 9.10bp 내린 4.215%를 기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 강행 소식에 경기심리 지표 위축 등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하며 지난달 채권시장은 장기채 중심으로 강세 마감했다”며 “한국은행 금리 인하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등은 예고된 이벤트였지만, 트럼프 정부 관세 문제는 커브 플래트닝(장·단기 금리 차 축소)을 유발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