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선 JTBC와 C1…낭만 걷어진 ‘최강야구’의 현재 [해시태그]

입력 2025-03-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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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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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신뢰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돼 더는 회복이 어렵다.”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 전부터 불안 불안하던 관계는 결국 파경을 맞았는데요. 그것도 생채기 가득한 ‘끝’으로 말입니다.

우려하던 일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예상했던 일이었죠. 인기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의 방송사 JTBC와 제작사 스튜디오C1(이하 C1)의 결별 소식인데요.


(출처=JTBC '최강야구' 홈페이지)
(출처=JTBC '최강야구' 홈페이지)


지난달 25일 JTBC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강야구 트라이아웃 취소 안내’를 게시한 날부터 이 묘한 분위기는 풍겨왔습니다. 시즌3까지 진행된 ‘최강야구’는 화제성과 시청률 그리고 고정 팬덤을 보유한 대형 작품이었죠. 시즌2부터 트라이아웃(선수 선발 테스트)을 통해 새 멤버를 뽑아왔는데요. ‘최강야구’ 방영 말미 ‘2025 트라이아웃’을 예고하며 투수, 유격수, 포수, 3루수, 외야수 모집을 발표했죠.

그러나 JTBC 측이 ‘취소 통보’를 날리면서 혼란스러워졌습니다. JTBC는 지원자들과 팬들에게 “‘최강야구’ 새 시즌 재개에 앞서 정비 기간을 갖고 새롭게 단장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3월 초 예정된 트라이아웃은 취소됐다”며 “지원자분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조속히 정비해 새 시즌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죠. 하지만 곧바로 C1의 대표 장시원 PD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트라이아웃 정상 진행’을 발표하며 이를 반박했는데요. 실제로 트라이아웃은 강행됐습니다.

이 때문에 '최강야구' 팬들은 혼란에 빠졌는데요. 일각에서는 '최강야구 스핀오프, 김성근의 겨울방학'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방송되는 것과 관련해 JTBC 측과 장시원 PD 간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죠.

방송사와 제작사 간의 날 선 신경전을 느끼고 있던 찰나, 11일 결정적인 통보가 날아든 거죠. 방송사 JTBC의 선공은 ‘제작비 과다 청구’였습니다.


(출처=JTBC '최강야구' 홈페이지)
(출처=JTBC '최강야구' 홈페이지)


JTBC 측은 C1 측의 제작비 과다 청구 의혹과 사용 내역 미제공 등을 언급하며 신뢰관계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는데요. C1이 1회 경기 촬영을 기준으로 제작비를 책정했지만, 1회 경기를 두 편으로 나누어 제작하면서도 각 편당 제작비를 청구하여, 최대 수십억 원의 과다 청구가 발생했다고 말이죠. 또 C1에 제작비 집행 내역과 증빙 자료를 요청했으나, C1이 이를 제공하지 않아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JTBC는 이에 새로운 제작진과 함께 ‘최강야구 시즌4’를 제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죠.

이에 C1 측은 JTBC가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고 맞섰는데요. 방송 프로그램은 방영 회차별로 제작비를 편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JTBC도 각 편당 광고 이익을 얻고 있으므로, C1이 편당 제작비를 청구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한 거죠. 거기다 제작비 정산구조가 사후 정산이 아닌 사전 협의를 통한 총액 기준 제작비 책정 구조이므로, 과다 청구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C1은 JTBC의 외부 감사 요청에 따라 재무 정보를 모두 제공했고, JTBC가 지정한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재무제표와 영업 현황 등을 검토받는 등 재무 정보를 제공했지만, JTBC 측이 직관 수익 및 관련 매출에 대한 수익 배분을 2년간 하지 않았다며 수익 배분 문제를 역으로 문제 삼았죠.

양 측의 입장은 지적재산권(IP)을 두고도 극명히 갈렸는데요. C1은 JTBC가 ‘최강야구’의 자체 제작을 계획하며, 주요 출연진과 스태프들에게 비밀리에 접촉하여 협조를 요청하는 등 C1의 IP를 침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JTBC는 ‘최강야구’의 IP는 방송사에 있으며, C1은 독자적으로 ‘최강야구 시즌4’를 제작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결국 ‘돈 문제’로 벌어진 방송사와 제작사간의 갈등인데요. 그간 외주 제작사와 방송사 간의 갈등은 드라마 업계와 예능 업계 등에서 여러 차례 발생해 왔습니다. 외주 제작사에 대한 불공정 관행과 제작 인력의 열악한 근무 환경 등도 있지만, 대부분은 IP 소유권 분쟁이었는데요.

제작사와 방송사 간의 계약에 따라 프로그램의 IP 소유권이 결정되는데, 계약 조건에 대한 해석 차이로 분쟁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재방송, 해외 판매, 파생상품 개발 등에서 수익 배분과 권리 행사에 대한 이견으로 충돌이 벌어지며 ‘법적 다툼’도 불사하게 됩니다.


(출처=jtbc '최강야구' 캡처)
(출처=jtbc '최강야구' 캡처)


이에 방송사들은 콘텐츠 제작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 제작 강화 전략을 취했는데요. 이런 움직임은 외주 제작사와의 협력 감소로 이어졌죠. 결국, 외주 제작사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제작 환경의 악화를 초래했는데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배포한 ‘2024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주요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방송 프로그램 제작 및 구매 비용 중 자체제작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46.0%로 가장 높았으며, 외주제작이 27.0%를 차지했죠. 자체제작 제작 비율이 전년 대비 18.6% 증가한 반면 외주제작은 4.2%에 그쳤습니다. 오히려 완전 구매 방식이 40%나 늘었는데요.

제작사들 또한 살길을 도모했습니다. 제작사들은 방송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했죠. 특히,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제작사들에 새로운 유통 경로와 수익 모델을 제공했는데요. 넷플리스는 1년에 5500억 원의 어마어마한 투자비를 쏟아부으며 그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죠. 우리나라 최대 제작비 드라마 1, 2위는 넷플릭스가 3위는 디즈니플러스가 차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C1 또한 OTT와 협력해 이름만 바뀐 ‘최강야구’를 선보일 가능성이 큰데요. ‘최강야구’ 야구팀 ‘최강 몬스터즈’는 승률 7할을 달성해야 다음 시즌을 선보이는 포맷이죠. 연이은 패배에 우울해하는 팀원들에게 장시원 PD가 “‘최강야구’를 못하면 ‘최선야구’를 하면 된다”라고 우스갯소리로 내뱉었던 내용이 실제로 이루어지게 되는 겁니다. 기존 출연진(감독 및 선수들)은 C1과 함께하게 된다면 그저 이름만 바뀐 ‘최강 몬스터즈 버전2’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출처=jtbc '최강야구' 캡처)
(출처=jtbc '최강야구' 캡처)


그렇다면 아예 새롭게 꾸려진 ‘최강야구 시즌4’와의 정면 대결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요. 이 또한 양측의 상반된 의견이 그래도 잘 마무리된다는 조건하에 가능합니다. ‘법적 다툼’까지 벌어진다면 모든 건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죠.

‘최강야구’에 쏟아진 암초. 사실 시즌3까지 방영되면서 그간 크고 작은 문제점과 의문들이 불거져왔는데요. 트라이아웃을 통해 추가된 인원과 시즌 중간중간 ‘알바생’이란 이름으로 들어오는 추가인원들이 늘어나면서 소외된 팀원에 대한 불만도 이에 속합니다.

물론 경기에서 이겨야 하고,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지만 ‘이럴 바엔 왜 뽑았나’하는 생각이 드는 인원들이 너무 늘어난 거죠. 시즌1부터 함께한 서동욱과 이홍구는 시즌3에는 큰 점수 차로 이기는 경기에 교체 선수로 약 정말 잠시 얼굴을 비치는 게 다였고요. 송승준 또한 투수가 아닌 더그아웃 중계자로 그쳤습니다. 시즌3 트라이아웃을 통해 정식 선수로 입단한 영건인 이용헌, 윤상혁, 문교원, 고대한도 비슷한 처지였고요. 시즌2에 엄청난 스토리로 마음을 울렸던 선성권 또한 등판 기회가 없었죠.

이런 이들이 계속 늘어나다 보니 불어난 선수진에 의문을 품은 건데요. 그 와중에 ‘팽’ 당했다는 심수창이 심경을 밝히며 내부 한파를 겪기도 했죠. ‘최강야구’ 탄생에 일조한 심수창이 제작진과의 감정싸움으로 시즌 합류에 배제됐다는 의혹을 받은 건데요. 이에 C1 측은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었습니다.


(사진제공=JTBC)
(사진제공=JTBC)


‘신뢰 훼손’과 ‘명예 훼손’이라는 날카로운 말들 속 최대 피해자는 ‘최강야구 시즌4’를 기다려온 팬들일 텐데요. 레전드 야구인의 ‘다시 야구’와 아마추어 야구인의 ‘그래도 야구’의 ‘낭만’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죠. ‘낭만’이 걷어진 최강야구는 결국 ‘돈’에 무너지게 되는 걸까요? ‘아름다운 결말’은 날아가 버린 현재, 팬들을 향한 ‘당연한 보답’은 어떤 모습으로 찾아오게 될지. 안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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