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의 예술과 도시] 27. 루브르 박물관 ‘예술과 패션’ 전시

입력 2025-03-1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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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아트 대표이사·백남준포럼 대표

루브르 수놓은 ‘디올 드레스’
예술과 패션 경계를 허물다

루브르 최초 패션만 주제로 전시
문화적 가치로서 중요 분야 입증
예술 범위 확장하는 시도로 평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서 역사상 최초로 패션만을 주제로 한 대규모 전시회가 7월 21일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이번 ‘루브르 쿠튀르(Louvre Coutrue) : 예술과 패션’ 전시는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샤넬, 지방시, 루이비통, 디올, 발렌시아가 등 유명 패션 하우스를 포함한 45명의 디자이너의 작품과 함께 71벌의 의상과 30여 점의 액세서리를 다채롭게 선보인다.

패션계 한 획 그은 의상 100여점

루브르박물관의 장식미술부서가 특별 기획한 이번 전시는 올 1월부터 예술과 패션의 깊은 연관성을 탐구하고 패션이 예술에 미친 영향과 예술이 패션에 준 영감을 조명하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의 3만2000점의 예술 소장품들이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 프랑스어로 ‘고급재단’ 혹은 ‘고급 맞춤복’)에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 패션 디자이너들이 수십 년간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를 살펴보는 재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오트 쿠튀르는 단순한 의상을 넘어, 예술적 실험과 기술적 혁신을 통해 패션 산업 전반을 계속해서 진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브랜드의 고급스러움과 장인정신을 강조하는데 전 과정 수작업을 통해 대량 생산이 아닌 품질과 정교함에 중점을 둔 전통 장인 기술을 보존하고 계승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100여 점의 패션계 역사에서 중요한 의상들이 루브르박물관의 미술 작품들과 같은 공간에 배치되어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한다. 특히 디올의 1949년 드레스와 같은 ‘뉴 룩(New Look)’ 의상은 루브르의 장식 미학에서 영감을 받은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패션의 변화를 넘어 예술적 표현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과 예술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자 하는 이번 루브르의 특별 패션 전시회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다양한 패션 작품을 통해서 패션의 역사와 발전을 보여준다. 박물관 관람객들은 의상의 디테일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과 미술 작품과 의상들이 한 공간에 있을 때 주는 시너지를 다채롭게 느낄 것이다. 단순한 패션 의상들을 일렬로 나열한 전시를 뛰어넘고, 예술과 패션의 역사적 문화적 연결고리를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보여준다고 루브르 전시관계자는 전했다.

▲존 갈리아노가 선보인 디올의 드레스가 루이 14세 방에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존 갈리아노가 선보인 디올의 드레스가 루이 14세 방에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단순한 의복을 넘어 예술로 인정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예술 작품 컬렉션을 뽐내는 루브르박물관에서 무엇보다도 현대문화와 패션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예술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는 전문가 평이 많다. 이런 역사적인 공간에서 패션 전시가 열림으로써 패션이 단순한 의복을 넘어 예술의 한 형태로 인정받고 있음을 널리 공표한 셈이니 말이다. 또한 패션의상과 예술작품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예술과 패션이 서로에 미친 영향력, 즉 영감의 원천 제공과 그 디자인 작업 과정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기회가 되고 있다. 루브르박물관의 웅장한 건축물과 예술 작품을 배경으로 전시된 패션 의상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오브제로서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패션계 역사에서 중요한 의상들을 루브르박물관의 미술 작품들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선사해주고 있다. 샤넬, 지방시, 디올 등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다양한 패션 작품들을 통해 패션의 역사와 발전을 훑어보면서 패션이 시대와 문화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패션의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했다는 호평이 일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패션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문화적 가치와 예술적 영감을 지닌 중요한 분야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예술 애호가와 패션 애호가들이 루브르박물관 전시장에서 만나 문화적 교류를 나누는 기회를 마련한 이번 전시회는 단연코 예술전시회의 주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현대 문화 다양성 포용하는 변화

사실 이번 패션 전시회가 루브르박물관 개관 이후 역사상 처음인 이유가 박물관의 역사와 정체성에 기인한다. 루브르박물관은 본래 12세기 후반 프랑스 국왕 필립2세의 파리 방어용 요새로 건립되어, 16세기에 푸랑수아 1세가 이곳을 왕궁으로 개조해서 르네상스 양식을 도입하였고, 루이 14세가 베르사유로 거처를 옮긴 후에 왕실 소장품 보관 장소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1789~1799) 이후 대중에게 개방된 최초의 박물관 중 하나로 변모하여 예술을 귀족과 왕족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때부터 고대 문명과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 작품들을 중심으로 소장하고 전시해왔다. 이렇듯 회화, 조각, 고고학 유물 등 순수 예술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 루브르에 패션 분야는 상대적으로 현대적이고 상업적인 분야로 여겨져서 박물관의 기존 전시 방향과 다소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패션도 예술적 측면과 상업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루브르박물관의 경우 순수 예술만을 전시하는 기관으로서 상업적인 성격을 포함한 패션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은 주로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19세기까지의 예술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대 패션 의상은 박물관의 기존 소장품과 시대적 성격이 달라서 전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논의되었었다. 더불어 오트 쿠튀르 의상은 비단이나 레이스, 금은사 등 섬세하고 예민한 소재들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잦아서 온도, 습도, 조명 등 엄격한 환경 관리를 필요로 하는데 루브르박물관은 기존 예술 작품들을 관리하는데 집중해 오면서 패션 의상 재료들을 위한 별도의 전시 공간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루브르박물관도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전시 방향을 확장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현대 문화와 예술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입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번 ‘루브르 쿠튀르’ 전시는 이러한 루브르박물관의 변화의 일환을 보여주는 대대적인 특별전시회로서 패션이 단순한 의복을 넘어 예술의 한 형태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단순한 미적인 즐거움을 넘어서 패션이 예술의 일환으로 작용하는 방식을 깊이 탐구하는 이번 전시회 기간에 프랑스 파리를 방문하는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예술과 패션의 교차점을 깊이있게 감상해보길 바란다.

이상아트 대표이사·백남준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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