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희의 우문현답] 빠르게 무너지는 교실

입력 2025-03-1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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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명예교수ㆍ사회학

몸값 천정부지 일타강사 관심 쏠려
교권 추락에 교사 기대감도 사라져
학교 수업 존중하는 태도 회복해야

공무원 시험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 쌤”을 향한 미디어의 관심이 뜨겁다. 집안에 입시든 고시든 수험생이 없었다면 관심 밖이었을 단어 “일타강사”가 일상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끼어들기 시작했다. 일타강사의 뜻을 검색해보니 ‘1등 스타강사의 줄임말로 인터넷 강의 개강과 동시에 수강신청이 마감되는 인기 강사’라 한다.

“전한길 쌤”이 세금만 25억 원을 납부한다고 밝혔다니 월급쟁이는 꿈도 못 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음이 실감 난다. 하기야 이미 10년 전에도 당시 수학 과목 일타강사가 소속 학원을 옮기는데,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류현진 선수의 몸값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입시 현장에서 들었다. 그때 LA 다저스에 합류한 류현진 몸값이 6년 계약 한화로 408억 원이었다는 소리에 입이 떡 벌어졌던 기억도 난다.

일타강사 관련 기사를 일별해보니, 한남동 최고급 아파트를 은행 대출 없이 순 현금으로 구입했다더라, TV 예능 프로에 출연한 일타강사는 연봉 100억 원이 찍힌 통장을 자랑했다더라, 일타강사가 되면 고급 외제차 서너 대는 기본이고, 패션 코디에 매니저까지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더라 등 ‘믿거나 말거나’식의 가십거리가 주를 이룬다. 일타강사 인기가 하늘을 찌를수록, 이들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를수록, 초라하게 일그러진 우리네 교실 위로 그림자 또한 짙어지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 같다.

3월의 대학가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입시지옥을 헤쳐 온 신입생일 것이다. 그들이 대학을 향한 로망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강의실에서 뜻밖의 문화충격을 겪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비밀이다. 현란한 강의 테크닉으로 무장한 스타 강사들의 인강(인터넷 강의)과 현강(현장 강의)에 길들여진 ‘사교육의 아이들’이 대학교수의 강의를 듣는 순간, 절망과 좌절에 빠진다는 것이다. 명문대 강의실에서 “교수님, 요약 좀 해주십시오. 무슨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했다지 않나. 문제풀이에 최적화된 일목요연하고 간단명료한 강의에 익숙한 학생들 입장이 이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슬며시 화가 치미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재수 끝에 25학번 신입생의 기쁨을 누리게 된 집안의 손주가 “재수하느라 승용차 한 대 값을 날리긴 했지만 재수 자체는 신의 한 수였다.”고 고백했다. 재수 학원 덕분에 수능 점수 올릴 수 있었던 것 못지않게, 앞으로의 인생살이에 필요한 주옥같은 지혜를 풍성하게 얻었다는 것이다. 학원 선생님들은 학교 선생님들과 달리 빵빵한 실력에다 학생들 위하는 마음도 진심이었고 책임감도 강했다는 것이다.

올해 고3 수험생이 된 또 다른 손주는 고등학교 2학년 2학기부터 내신은 포기하고 정시를 위해 수능 준비에 집중하려고 고등학교 담임선생님 허락하에 학교는 오후에만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손주 이야기에 따르면 지금 특목고나 자사고를 제외한 일반고의 경우는 학교 수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단다. 수업을 제대로 듣는 학생은 10명 중 1명 될까 말까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엎드려 자거나 이유 없이 교실을 왔다 갔다 하거나 때론 의도적으로 수업 방해를 일삼는다는 것이다. 학교 선생님들은 실력도 없고 입시전략도 취약하고 책임감은 더 더욱 없다고 못 박기까지 했다.

교실 붕괴의 실상을 처음으로 전해 들었던 건, 1999년생 조카가 고등학교 다닐 때였으니 벌써 십년이 가까워져 온다. 그때 받았던 충격이 여전히 생생한데 그간 교실 붕괴는 가속 페달을 밟으며 달려온 느낌이다. 학교 수업에 대한 손주의 불만은 한층 더 깊어진 상태였고 학교 선생님을 향해선 아무런 기대조차 하지 않으니 말이다.

학교 수업에 대한 존중과 학교 교사를 향한 예의를 통째로 잃어버린 ‘사교육의 아이들’을 보자니, 그 많은 선생님들이 참혹한 교실 붕괴 현장을 어떻게 감내하고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참교육을 외치던 전교조 선생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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