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시장도 팬덤 현상…정치인‧연예인들이 장악한 서점가

입력 2025-03-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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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창섭 신간 나란히 베스트셀러 1‧2위
팬덤의 조직적 지지와 입소문 등이 판매 영향

▲교보문고, 예스24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이창섭의 '적당한 사람'과 한동훈의 '국민이 먼저입니다' 표지
▲교보문고, 예스24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이창섭의 '적당한 사람'과 한동훈의 '국민이 먼저입니다' 표지

최근 도서 시장에서 팬덤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팬덤 문화는 주로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에게 국한된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출판계까지 확산하며 서점가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의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을 점령하며 도서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도서‧출판계에 따르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쓴 '국민이 먼저입니다'가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총 두 개의 챕터로 구성됐는데, 비상계엄 전후 여당 대표로서 그가 짊어졌던 정치적 책임과 비전 등이 담겼다.

한 전 대표는 최근 여권 정치인 가운데 가장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 시절 야당 의원들과의 논쟁 모습,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반대 등 결단력 있는 정치적 행보 등이 팬덤 형성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 같은 팬덤이 자서전 판매에 영향을 줬다는 게 출판계의 분석이다. 한 출판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발표한 책 '안철수의 생각'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안 교수는 전국 대학가를 돌며 강연하면서 젊은 세대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었다. 이 책은 안 교수의 팬덤과 정치적 행보 등 여러 관심이 맞물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팬덤의 조직적 구매로 인해 초판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2위는 아이돌그룹 비투비 멤버 이창섭의 에세이 '적당한 사람'이 차지했다. 특히 이 책은 예약판매 이틀 만에 종합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2040세대 독자들의 지지를 받은 가운데 여성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95.9%)를 얻고 있다.

이 책은 이창섭이 자신의 삶에서 깨달은 '적당함'의 의미와 그 과정에서의 노력, 성장을 담은 책이다. 또한 일상의 소중함과 지속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데, 반복하는 일상에서 작은 기쁨과 의미를 발견하며 삶의 균형을 찾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예인이 출간한 도서는 '강력한 팬덤 기반의 판매력'과 '개인적인 경험과 진솔함 강조' 등의 특징을 보인다.

특히 팬덤의 영향력이 큰 아이돌이 책을 내면, 팬들은 정식 출간에 앞서 사전 예약을 통해 구매하고, SNS에서 인증하며 판매량 상승을 유도한다. 이는 연예인이 특정한 책을 추천할 때도 일어나는 현상이다. 최근 '초역 부처의 말',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등은 각각 인기 아이돌 장원영과 배우 하석진 등이 추천하면서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또한 연예인 도서에는 자전적 경험이나 솔직한 감정 등이 강조된다. 팬들은 지지했던 스타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출판 관계자는 "스타들이 출간한 도서는 팬들이 선호할 만한 고화질의 사진 등 이미지가 풍부하게 삽입되는 경우가 많다. 팬덤 입장에서는 소장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스타 정치인과 연예인의 책이 나란히 종합 베스트셀러 1‧2위를 차지한 가운데, 전날 출간된 예능인 이경규의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이 에세이 분야 5위를 차지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이경규는 활동 45년 차에도 여전히 현역 예능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활동 기간 특별한 구설수 없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코미디언으로서 웃음에 대한 그의 소신과 철학 등이 담겼다. 심각해질 법하면 피식 웃게 하고, 진한 알코올 향이 맴도는 듯 마음을 툭 건드는 이경규표 농담이 책에도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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