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 속 상법개정안 통과...더 쎄진 노란봉투법-통상임금까지 '벼랑 끝 재계'

입력 2025-03-1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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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 통과… 기업 경영에 치명적
노란봉투법으로 불법 파업 조장 우려
통상임금 소송도 큰 부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사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법률에 명시하는 상법 개정안 관련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투자자·시민사회 간담회가 진성준(왼쪽 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오기형(왼쪽 두 번째) 대한민국 주식사장 활성화 TF 단장, 기관·개인 투자자 및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뉴시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사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법률에 명시하는 상법 개정안 관련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투자자·시민사회 간담회가 진성준(왼쪽 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오기형(왼쪽 두 번째) 대한민국 주식사장 활성화 TF 단장, 기관·개인 투자자 및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뉴시스)

경제계가 수차례 반대해온 상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한국 경제를 책임지는 기업들은 다발성 복합악재로 전례없는 경영 위기에 봉착했다. 미중 무역 전쟁과 공급망 리스크 등 불안한 대외여건과 통상임금, 반기업적 규제 등 기업을 옥죄는 환경들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경제계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경제계는 그동안 수차례 건의문과 호소문을 통해 기업들의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거대 야권은 이를 외면한 채 법안을 강행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공식 논평을 통해 "경제계가 수차례 반대해 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된 것은 우리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제조업이 주력인 우리 기업의 경우 중장기적 설비투자를 위한 정상적인 의사결정까지 소송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상의는 "특히 기술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외부 기업사냥꾼의 공격 대상이 되고, 경영권 방어에 치중함으로써 기술개발, 시장개척 등 성장의지를 꺾게 될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이사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 경영판단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장하는 주주들의 소송 남발로 인수합병, 대규모투자 등이 차질을 빚어 기업의 장기적 발전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며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한경협은 "상법개정은 우리기업들을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몰아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킴으로써, 국가경제의 밸류다운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 경제와 기업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위헌 소지까지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이 행사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경제계의 간곡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동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해외 주요국도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직접 규정한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부합하지 않는 법안"이라고 짚었다.

이어 "정부가 상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 법안의 핵심은 이사가 특정 주주가 아닌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이다.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이 증가하고,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을 무방비 상태로 사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큰 이유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경영권 분쟁에서 더욱 취약한 입장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사모펀드나 적대적 세력이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경우, 이를 방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 또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제조업의 경우, 주주 반대로 인해 사업 재편이나 인수·합병(M&A)도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란봉투법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은 지난 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연달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이 11일 발의한 법안은 기존 법안보다 더욱 강화됐다. 노조에 무리한 손해배상 청구를 방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배상의무자의 재정 상태와 지급 능력을 고려해 아예 배상 책임을 면제하거나 감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특수고용노동자 및 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까지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시키면서, 노동 보호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극단적인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해당 법안이 사유재산제도의 핵심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 올해 기업들에게 가장 큰 위협 요소로 떠오른 것이 바로 통상임금 문제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퇴직자들로 구성된 소송인단을 조직해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특정 일수 이상 근무 시 지급되는 조건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평균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HD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 등도 유사한 소송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총에서 전국 50인 이상 50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 규제 전망 조사'에 따르면, 38.4%의 기업이 올해 가장 부담을 느끼는 요소로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임금 부담'을 꼽았다. 최근 법적 변화가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나아가 고용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인해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통상임금 문제 등으로 인해 기업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기업들의 호소를 외면한 채 규제만 강화한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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