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래적 관계’에 관심...차녀 시아버지 특사 임명 가능성 거론
광물협정 맺어도 민주콩고 안보 효과 크지 않을 수도

중앙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DRC)이 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광물협정’이라는 카드를 쥐고 미국 측에 손을 뻗었다고 최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3년 넘게 이어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군사 지원을 대가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광물협정을 요구한 것과 달리 민주콩고가 먼저 광물협정을 제안하며 군사적 지원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콩고는 지난달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프리카 로비 단체를 통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에 서한을 보내고, 펠릭스 치세케디 민주콩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긴급 회동을 요청했다.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광물 협정에 대해 논의하자는 제안이다.
민주콩고는 서한에서 “세계 최대 코발트 공급국이자 리튬, 탄탈륨(tantalum), 우라늄의 주요 생산국인 민주콩고의 자원은 미국의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면서 “(양국의) 파트너십은 미국이 신뢰할 수 있고 독점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이를 대가로 미국에 민주콩고군에 대한 장비지원과 훈련을 요청했다.

이웃 국가인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반군 M23은 지난 1월 말 대규모 공세로 인구 200만의 동부 최대 도시인 북키부주 주도 고마를 장악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동부 제2의 도시인 남키부주 주도 부카부도 점령했다. 이들 지역 모두 광산이 밀집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군은 이 기세를 몰아 수도 킨샤사까지 점령하겠다며 동부 지역에서 수도가 있는 서쪽으로 진군하고 있다.
민주콩코는 코발트와 금, 구리 등 24조 달러(약 3경 4800조 원)어치의 미개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자원 부국이자,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80% 이상을 공급하는 최대 공급국이다. 코발트는 항공과 방산·우주 분야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 소재로 꼽힌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대형 광산은 중국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이제까지 민주콩고와는 이렇다 할 접점이 없었다. 미국은 민주콩코에서 잠비아를 거쳐 앙골라의 로비투 항구를 연결하는 철도 물류망 구축 사업인 ‘로비투 회랑’ 프로젝트에 투자하긴 했지만, 미국 기업들이 민주콩고 광물과 관련해서는 투자하지 않았다.
영국 BBC는 “광물자원이 풍부한 민주콩코가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광물 협정을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적 관계’에 관심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자체적인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 1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콩고와의 광물협정 체결을 염두에 두고 차녀 티파니의 시아버지인 레바논계 미국인 사업가 마사드 불로스를 곧 ‘동아프리카 대호수 지역’ 특사로 지명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불로스는 과거 나이지리아 자동차 유통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론상 민주콩고는 미국 기업이 자원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국영기업을 전면에 내세워 개발에 나서는 중국과 달리 미국은 민간 기업을 투입하는 형태로 광물을 개발하기 때문에, 여러 리스크를 감수하고 민주콩고에 진출할 민간기업들을 모집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광물협정을 대가로 민주콩고에 어느 정도 수준의 군사지원을 제공할지도 미지수다. 남아프리카 국제관계연구소의 스테파니 볼터스 연구원은 “민주콩고가 동부에 미군이 주둔하기를 원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작다”면서 “더욱이 무기 지원과 훈련은 장기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즉 미국이 광물협정을 통해 무기 지원과 군사 훈련을 약속해도, 내전 상황을 뒤집을 만한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