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 이어 항소심도 LS전선 일부 승소
배상액 5억→15억으로…“제품도 폐기하라”

LS전선이 대한전선에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법원이 LS전선에 또다시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은 해저케이블 시장 경쟁체제에서 양사의 전면전 성격으로, 향후 대한전선이 자존심 회복을 위해 상고심까지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 내 경쟁도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다.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24부(우성엽 부장판사)는 이날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손해배상 등 청구 소송 항소심 재판에서 LS전선의 청구 일부를 인용했다. 피고 대한전선의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의 대부분을 유지하되, 약 5억 원이던 배상액을 3배 늘은 15억 원으로 상향했다. 이 사건과 관련한 제품도 폐기하라고 판시했다.
선고 직후 LS전선은 입장을 내고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이번 판결은 LS전선의 기술력과 권리를 인정한 중요한 결정”이라며 “임직원들이 수십 년간 노력과 헌신으로 개발한 핵심 기술을 지키기 위해 기술 탈취 및 침해 행위에 대해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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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은 “특허법의 과제해결원리와 작용효과의 동일성 등에 대한 판단 및 손해배상액의 산정 등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만큼, 향후 판결문을 면밀하게 검토 후 상고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상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어 “대한전선은 LS전선이 등록한 특허와 유사한 선행특허가 미국과 일본 등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진보성과 신규성이 없는 자유실시기술에 불과하고 두 제품의 과제해결원리와 작동효과 등이 동일하지 않아 특허침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지속 주장했다”며 “해당 부분이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대한전선은 설계를 변경한 조인트키트를 수년 전부터 사용해 왔기 때문에 이번 판결의 선고 결과가 당사의 버스덕트 영업 및 사업에 주는 영향이 일체 없다”고 했다.

대한전선은 LS전선의 기술을 유출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의 버스덕트(건축물에 전기 에너지를 전달하는 장치)용 조인트 키트 제품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2019년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대한전선은 ‘LS전선의 특허를 침해한 바 없고 자체 기술력만으로 제품 생산을 해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2022년 9월 원고인 LS전선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제품 폐기 판결을 내렸다.
또한, LS전선이 청구한 피해 금액 41억 원 중 12%에 달하는 4억9623만 원 배상도 명령했다.
대한전선은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LS전선은 ‘배상액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불복하며 항소했다.
이와 별개로 기술유출 의혹도 불거졌다.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기술과 노하우가 대한전선에 유출됐다는 의혹이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11월 대한전선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두 회사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대한전선의 모회사 호반그룹이 LS그룹 지주사 LS의 지분을 사들이며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최근 수차례에 걸쳐 LS 지분 3% 미만을 매입했다.
호반그룹은 케이블 사업의 업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미래를 위한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한전선과 LS전선의 신경전이 이어지는 만큼, 호반이 LS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온다. 호반이 LS의 일부 지분을 확보하면 향후 회계장부 열람권과 임시 주주총회 소집권 등 발동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