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가계부채, 예상보다 늘긴했지만 ‘안정적’ 평가 바꿀 정도 아냐”
“기준금리 75bp 인하 효과 있지만…불확실성 지속 시 경기부양 효과 제약”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13일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열린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통신보고서)’ 설명회에서 “(통상환경 변화가) 낙관시나리오로 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기본 시나리오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달 경제전망보고서와 이번 통신보고서를 통해 미국 관세정책 영향에 따라 기본·낙관·비관시나리오 3가지를 분석해 반영했다.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에서 한은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1.5%, 1.8%로 전망했다. 비관시나리오 적용 시 올해와 내년 성장률 모두 1.4%로 떨어진다.
통신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323.8로 집계됐다. 작년 12월(218.3)보다 105.5포인트 올랐다. 이는 트럼프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당시 최고치가 260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올랐다.
다만 박 부총재보는 미국 관세 정책이 비관시나리오까지 전개돼 성장률을 낮춰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부총재보는 “통상환경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측면이 있고, (2월 금통위 및 경제전망) 평가 후 2주 남짓 지났는데, 2주 동안의 변화만을 갖고 향후 성장 전망 경로를 다시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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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다음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4월 17일)까지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추가적으로 입수되는 정보를 보고 성장률에 대해서 중간점검을 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발표할지 안 할지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부연했다.
미국 관세정책으로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기류 변화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역시 “판단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 부총재보는 “가장 결정적인 것은 4월 2일에 상호관세 부분이다.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영향을 조금 더 봐야 할 것 같다”면서 “(2월 통방 회의 후) 2주 사이에 통화정책 기조를 판단할 수 있는 기간은 아니다. 금통위원들이 여러 리스크를 고민하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지난달 금융권 주택관련대출은 5조1000억 원 증가했다. 1월(3조3000억 원)보다 2조 원 가까이 늘었다. 가계대출도 3개월 만에 증가 전환하면서 4조4000억 원 늘었다.
한은은 “금융여건이 완화되는 가운데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조치 완화,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의 영향 등이 주택가격 상승 기대 및 가계부채 증가세를 자극할 가능성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재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DSR 적용범위 확대 등 추가적인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를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박 부총재보는 “보고서에는 2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세는 안정적이라고 했다”며 “2월에 4조4000억 원(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한 것은 예상보다 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가계부채 상황에 대한 평가를 바꿀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2월에 늘어난 주택거래가 향후 가계부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이런 평가(안정적)를 앞으로도 계속 가져갈지는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도 제약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11월, 올해 2월 총 기준금리를 75bp(1bp=0.01%p) 인하하면서 2025년과 2026년 GDP 성장률을 각각 0.17%포인트(p), 0.26%p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2.75%다.
신성환 금통위원은 주관위원 메시지를 통해 재정정책과 공조를 강조했다. 신 위원은 “우리 경제는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자영업자 등 특정 취약 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기보다 재정정책과의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부총재보는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많이 위축돼 있는 측면이 있다”며 “다른 조건에 변화가 없고 경제주체들의 심리 회복이 잘 안되고 있다면 심리 경로를 통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제약되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하하는 이유도 그런 제약된 심리를 완화하는 위해 하는 측면이 있다”며 “통화정책 파급 경로가 심리나 기대 경로 뿐만 아니라 금리 경로, 신용 경로가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 효과를 평가할 때는 전체적인 경로를 다 종합해서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물가 흐름을 저해할 정도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한은은 “거시계량모형을 이용해 과거 평균적인 영향을 분석해보면 지난해 10월 이후의 기준금리 75bp 인하는 2025년과 2026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0.09%p, 0.20%p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전망하고 있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다.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작년 말 이후 원·달러 환율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미국의 경제 정책 변화에 따른 달러화 지수 움직임 등에 더 크게 영향받아 변동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미·중 간 무역갈등이 격화된다면 달러화 강세와 위안화 약세가 심화할 수있으며, 원화 가치가 달러화뿐 아니라 위안화 가치 변동에도 크게 영향받는 점을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