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권력 군사 독재의 유산”
의원내각제ㆍ이원집정부제 등 논의중

디플로맷은 윤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했다고 회고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한 첫 사례로 꼽았다.
디플로맷은 또 “윤 대통령의 행태는 미국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의 저서 ‘제왕적 대통령제(The Imperial Presidency)’에서 묘사한 특징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저서는 주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을 다루고 있지만, 닉슨과 윤 대통령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면서 “닉슨처럼 윤 대통령도 ‘국민의 권력’보다는 ‘대통령의 권력’을 추구했다”고 지적했다.
가령 윤 대통령이 언론을 압박하고 관리했으며, 정치적 충성도를 기준으로 참모진을 구축했다. 또한 자신에게 유리한 ‘비밀주의 시스템’을 확장했고, 입법부를 경멸하며 정치적 반대자를 개인적 적대 관계로 간주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검찰을 동원해 정적과 비판 세력을 괴롭혔고, 자신의 스캔들과 행정 실패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검찰 조직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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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디플로맷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를 통해 한 명의 대통령이 국가 시스템을 얼마나 심각하게 망칠 수 있는지, 혹은 대통령이 자신의 뜻에 맞게 모든 것을 바꾸고 민주주의를 단숨에 뒤흔들 수 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강한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디플로맷은 대한민국의 강력한 대통령 권력은 군사 독재의 유산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통령은 행정 결정을 독점한다”면서 “약 1만 개의 공직 임명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지는데, 헌법상 국무총리와 감사원장 임명을 제외하면,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회의 동의 절차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약 1300개 직위가 의회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하는 것과 대비된다.
또한 한국의 대통령은 약 400조 원 규모의 국가 예산을 직접 통제하며, 대통령령과 규칙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보다 상위 법규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또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재정을 독점하며, 대통령은 국립대 총장,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금융 및 무역 관련 기관장 임명까지 관여한다고 알렸다.
즉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것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꼬집었다.
그 결과 “행정부와 정부 기관은 공식적인 권력 분립과 독립성을 무시하고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려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날을 세웠다. 또 “장관은 허수아비에 불과하고, 관료들은 공식적인 보고 체계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실과 대통령 측근들의 눈치를 보는 왜곡된 지휘 체계가 형성된다”면서 “여당 또한 국민보다 대통령의 의사를 따르는 구조다”고 평가했다.
입법 과정에서도 대통령의 권한이 절대적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이를 재의결하기 위해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게다가 대통령은 계엄령과 긴급명령을 선포할 수 있으며, 국회는 사후적으로 이를 철회할 수 있을 뿐이다. 즉, 대통령의 비상권한을 사전에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고 역설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에서는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개헌이 논의되고 있다고 디플로맷은 전했다.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의원내각제는 정부 수반과 내각은 국회의 다수당 또는 연립 여당에서 선출하는 방식이다. 내각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통해 정부를 교체하거나 총선을 촉발할 수 있다.
이원집정부제 모델도 고려되고 있다.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을 담당하고, 총리는 내정을 맡는 방식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 대통령이 국가의 장기 전략을 설정하고 국회를 해산하거나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는 역할만 맡고, 실질적인 국정 운영은 국회가 임명한 총리가 담당하는 구조도 있다.
현재로서는 국회가 법률, 예산, 정부 감사를 보다 강하게 통제하는 방향의 개혁안이 여야 모두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사법 및 검찰 인사를 독립된 헌법 기관이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아울러 디플로맷은 또 “국민의힘 일부 대선 주자들은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특별조항’을 도입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명목상 이유는 대선과 총선을 맞춰 선거 비용을 절감하자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이재명 대표의 당선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 밖에도 디플로맷은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문수 노동부 장관은 개헌 논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대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일수록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