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별 개헌 입장 제각각
3년 임기 단축 개헌부터 범위·시기 등

개헌에 소극적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에는 개헌 기회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밝히면서 개헌 논의에 물꼬가 트였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 임기 3년 단축 개헌부터 지방분권형 개헌까지 다양한 안들이 쏟아지면서 일각에선 “논의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이 대표는 12일 채널A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촛불혁명 후 대혼란이 있을 때 개헌도 했어야 했다”며 “이번에는 그 기회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그간 헌법 개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이 대표가 대선 국면이 다가오자 개헌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국민의힘을 비롯해 여야 원로들이 참여하는 대한민국 헌정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본격적으로 개헌을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SBS 방송에서 “(개헌안은) 이미 저잣거리에 널려 있다. 그때(2022년 대선) 치밀하게 고민해서 당의 입장이 정리돼 있고 제 입장도 공표돼 있다”며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 감사원 국회 이관 등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하기 위한 개헌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대권주자마다 개헌 입장의 차이가 있다. 여권의 경우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방분권형 개헌을, 한동훈 전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비롯한 군장병 차별 조항 등 폐지,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를 주장했다. 야권의 비명(비이재명)계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총리도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개헌특위에선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을 부여하는 방안까지 논의 범위에 두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4년 중임제 개헌을 하면서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안철수·오세훈·유승민·한동훈 등이, 야권에선 김동연 지사 등이 이를 주장한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충돌을 막기 위해 2028년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러 국정 동력을 높이자는 게 이유다.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권의 대권주자인 홍 시장은 12일 “3년짜리 대통령 뽑으려고 수천억 들여 선거 하냐.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맹비난했다. 차기 대권주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4일 YTN 라디오에서 “3년짜리 대통령을 하겠다고 말하는 건 수세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러다 보니 개헌 시기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있다. 민주당의 대권주자 중 한 사람인 김경수 전 지사는 5일 MBC 라디오에서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계엄 방지 개헌과 같은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당 김부겸 전 총리는 2026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자는 입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개헌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며 “87년에는 군부 세력에 맞서 대규모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면서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열망이 컸다. 이번에는 그런 열망이 있는지 의문이다. 당시에 그만큼 개헌 열풍이 불었음에도 졸속으로 개헌을 통과시켰다”고 했다. 1987년 개헌은 여야 합의로 8인 정치회담이 구성돼 일부 정치 세력 간 타협에 충분한 숙의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대통령제 등 권력 분산에 미흡했다는 한계도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