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유산 상속에서 차별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성별과 관계없이 자녀 균분상속이 법으로 시행된 해가 1991년이니 여성이라면 그 전까진 불평등을 감내해야 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해 수강한 상속법 시간. 담당 교수는 한국가족법학회에서 활발히 활동하셨던 분인데 ‘자녀 균분상속’을 이뤄내기까지의 노력과 소회를 밝힌 적이 있다. 그러자 예비역들 사이에서 공무원 채용 시 군 가산점 폐지 논란을 꺼내며 “교수님, 그럼 여자들도 군대에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하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교수님은 “자네들 심정 이해는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 차별을 받아왔나. 이런 차별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군 가산점은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공정하게 시험 보고 합격하면 자네들은 월급에서 호봉으로 보상을 받지 않나”하셨다.
그랬다. 지금은 대부분 회사의 급여체계가 연봉제라서 군 복무 경력을 인정해주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입사할 때만 해도 나는 같이 입사한 여성 동기보다 호봉이 높아 급여를 더 받았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남녀의 출발선은 달랐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남녀 임금격차는 29.3%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OECD 평균이 11.4%이고, 임금격차가 가장 낮은 룩셈부르크가 0.4%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상황은 성차별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성별 임금격차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평등사회의 모범으로 인식되는 유럽도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10%대의 임금격차를 보였다. 유럽연합통계청(Eurostat)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유럽에서 여성의 시급은 남성보다 평균 12.7% 적었다. 교육·나이·근무 시간·직업 유형이 세밀하게 고려되지 않은 한계는 있지만, 이 통계로 보면 남성이 100유로를 벌 때 여성은 87.3유로를 벌었다는 것으로, 여성이 이 차이를 메우려면 1.5개월을 더 일해야 한다는 셈이다.
내가 있는 포르투갈의 성별 임금격차는 12.5%였고, 유럽의 ‘빅 4’ 중 독일(17.7%)과 프랑스(13.9%)는 EU 평균보다 더 컸다.
여성 노동시장 연구로 202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하버드대학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는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하더라도 남성은 아버지가 되면 소득이 증가하는 ‘부성 어드벤티지’를 얻는 반면, 여성의 경우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가족을 돌볼 책임이 더 커지고 경력단절로 이어져 급여 불이익이 생기는 ‘모성 페널티’를 받는다”고 불평등한 노동환경을 꼬집었다.지난 8일은 117주년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영문 표기를 보니 ‘happy women‘s day’라고도 쓰고 있었는데, 표현대로 여성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서라면 차별의 벽부터 허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