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산율 0.75명 vs. OECD 평균 1.4명, 장기적 효과 전혀 달라”
기후변화·입시제도 등 한은 구조개혁 리포트도 언급

이 총재는 14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GEEF 2025’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출산율이 낮아지고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포퓰리즘의 유혹에 쉽게 빠질 위험이 있다”며 “경제성장이 정체되면 분배 여건이 악화되고, 세대간·계층간 갈등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런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인기영합적인 복지정책이나 현금지원과 같은 재정정책을 추진하려는 유혹이 강해질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오히려 재정만 낭비하면서 국가채무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 총재 체제로 들어선 이후 돌봄서비스,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 입시경쟁 등 다양한 주제의 구조개혁 보고서를 발간했다.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은이 구조개혁에 대해 다루는 것을 두고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이 총재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자주 의견을 밝히다 보니, 때때로 ‘한국은행 총재가 오지랖이 넓다’는 농담 섞인 말을 듣기도 한다”면서도 “지속가능성 문제는 단순히 정책적 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경제와 일상 전반에 걸친 현실적인 과제다. 중앙은행 총재로서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도 깊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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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의 일환으로 저출산 문제를 짚었고, 저출산과 경제 악화까지 더해지면 정책의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출산 0.75명과 OECD평균 1.4명의 차이는 크다고 짚었다. 이 총재는 “현재 출산율 0.75가 지속될 경우, 한국의 인구는 5170만 명에서 50년 후 현재의 58%인 30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하며, 연평균 인구감소율은 -1.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면, 출산율이 1.4명인 경우, 50년 후 인구는 현재의 83%인 4300만 명 수준으로만 감소하며, 연평균 인구감소율도 -0.4% 수준에 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매년 0.4%포인트(p) 차이를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이 총재는 “현재의 초저출산율이 지속된다면, 외국인 노동력 유입을 고려하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고착화, 부채 폭증, 그리고 사회갈등의 심화라는 불가피한 종착점에 도달할 위험이 크다”며 “출산율을 어느 정도라도 끌어올려야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이 총재는 기후변화, 과열 경쟁 속에 놓인 입시제도, 이로 인한 수도권 집중 현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한 ‘공기의 질’에 대해 얘기하던 중 BIS 회의 참석차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을 다녀온 후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느꼈던 경험담도 털어놨다.
이 총재는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확연한 차이를 느꼈다”며 “와이파이가 연결되자마자 쏟아지는 업무 이메일들과 ‘경제성장률이 둔화됐다’, ‘정치 상황이 복잡하다’ 같은 뉴스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공항 문을 나서는 순간 들이마신 공기의 질 차이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우린나라는 경제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며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며 “그러나 이제는 국민 개개인의 행복과 보다 풍요로운 삶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