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프로젝트로 나눠 진행…추후 공급 계약도 공시"
LG엔솔, 지난해 북미서 3건의 대규모 수주 따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 등과 함께 고성장이 예상되는 북미 시장에서 잇단 수주를 따내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미국 최대 전력업체 넥스트에라에너지와 4370억 원 규모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전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4월부터 부분 공급을 시작했으며, 계약 기간은 11월 20일까지다.
삼성SDI는 "ESS 배터리 공급은 다수의 프로젝트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라며 "추후 확정되는 공급계약에 대해서는 수시공시 기준에 따라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SDI가 공급하는 제품은 '삼성 배터리 박스(SBB)'다. 20피트(ft) 컨테이너에 배터리 셀과 모듈, 랙 등을 설치해 전력망에 연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유럽에서 열린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선 기존 제품보다 성능을 높인 'SBB 1.5'를 최초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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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26메가와트시(㎿h) 용량의 SBB 1.5는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 밀도가 37%가량 향상됐고, 모듈 내장형 직분사 시스템(EDI)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높였다. EDI는 SBB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해당 셀을 포함한 모듈 단에 소화약제를 직접 뿌려 확산을 방지한다.
박종선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1월 열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캐파(생산능력)의 90%에 해당하는 ESS 수주를 이미 확보했다"면서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ESS 수요는 지속 성장이 예상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말 대비 20%의 캐파 증량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에만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미국법인,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 미국 엑셀시어에너지캐피털 등과 ESS 수주 계약을 맺었다. 공급 규모를 감안하면 계약금액은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리튬인산철(LFP) ESS용 배터리 제품 양산을 본격화하며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ESS를 활용한 가상발전소(VPP) 사업 확장도 꾀한다. VPP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통합 제어 운영 시스템으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주에서 85㎿h 규모 ESS를 운영하며 총 34개 발전소를 통합 운영 중이며, 올해 25㎿h 규모의 ESS 2기를 추가할 예정이다.
전기차 배터리에 집중해온 SK온도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ESS 사업을 독립 편제하는 등 ESS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