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2.0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관세·조세 정책과 통상·무역 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보복관세로 가격 경쟁력 상실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4일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은 최근 개최한 ‘2025 EY한영 개정세법 세미나’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는 국내 기업 세무 및 회계 관계자 265명이 응답했다.
설문조사 결과, 트럼프 2.0 행정부 출범 후 국내 기업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조세 정책 변화로 응답자의 과반수인 59%가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 강화’를 꼽았다. ‘보조금 형태로 지급되는 인센티브 프로그램의 축소 및 변경’(14%)과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BEPS) 2.0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14%)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응답자의 40%는 ‘보복관세 적용으로 인한 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를 가장 우려한다고 답했다. 보복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들은 추가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불가피한 가격 인상을 단행하거나 자체적으로 수익성 악화를 감내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예측할 수 없는 정책 변화(34%)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및 대응 전략 부족(16%) △불명확한 비특혜 원산지 판정 기준이 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9%)이 현재 미국 관세 동향과 관련해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주요 우려 사항으로 지목됐다.
보복관세 등 미국발 관세·조세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들은 관세 및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 및 조세 지원제도 검토(41%) △추가 관세 부과 대상 검토(32%) △관세 부담 최소화를 위한 공급망 생산기지 재검토(27%) △세무 효율적인 투자구조(27%) 등에 대한 자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글로벌 조세 환경의 주요 의제인 글로벌 최저한세(필라2)와 관련해 기업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주요 어려움에 대해 조사한 결과, ‘글로벌 최저한세 자료 취합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세스 부재 및 인력 부족’(60%)과 ‘해외 현지 자회사 단계에서 필요 정보 준비를 위한 인적 역량 및 시스템 부족’(37%) 등이 가장 큰 과제로 지목됐다.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 초기였던 지난해에는 추가 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이 주요 과제였던 반면, 제도가 본격화된 이후에는 대응 전략보다 실무적 대응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초 데이터의 통합 관리와 그룹 연결 관점에서 회계와 세무를 아우르는 통합 관리 절차 구축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 중 어느 부분에 가장 힘이 실렸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34%가 ‘조세체계 합리화’라고 답해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그다음으로 ‘경제 역동성 지원’(31%), ‘민생경제 회복’(30%) ‘납세자 친화적 환경’(3%) 순으로 정책 기조의 힘이 실렸다고 평가했다.
고경태 EY한영 세무부문 대표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른 관세 정책은 국내 수출기업의 원가 구조와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이전가격과 연계된 관세 과세가격을 재설계하고, 비특혜 원산지 검토와 자유무역협정(FTA)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는 등 관세 리스크 헤징(위험 분산) 전략을 다각도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