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 혹은 전통” 나사 과학자들이 행운의 땅콩을 주고받는 이유

입력 2025-03-1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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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착륙 등 중요한 임무 때마다 등장하는 땅콩
1964년으로 달 탐사 프로젝트부터 시작된 전통

▲2018년 11월 26일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 착륙일 당시 땅콩 한 병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관제 센터에 놓여있다.  (사진제공=미국 항공우주국(NASA))
▲2018년 11월 26일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 착륙일 당시 땅콩 한 병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관제 센터에 놓여있다. (사진제공=미국 항공우주국(NASA))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는 중요한 프로젝트 전후로 행운의 땅콩(Good-luck peanuts)을 주고받는 문화가 있다.

1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한미 합작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직후, 생중계를 진행한 나사 관계자들은 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의미로 땅콩을 주고받았다.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이후 미국 항공우주국(NASA) 관계자와 엔지니어가 땅콩을 주고 받았다. (출처=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튜브 캡처)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이후 미국 항공우주국(NASA) 관계자와 엔지니어가 땅콩을 주고 받았다. (출처=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튜브 캡처)

나사 엔지니어들이 땅콩을 서로 주고받게 된 계기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달 탐사를 두고 미국과 소련이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던 시기였다. 나사는 달을 향해 최초로 탐사선을 발사하는 ‘레인저(Ranger)’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레인저 프로젝트는 1~6호까지 궤도 이탈 및 탑재체 고장, 교신 실패 등 여러 이유로 줄줄이 실패했다. 1961년 8월 23일 발사된 레인저 1호를 시작으로 1964년 1월 30일 레인저 6호까지 약 3년간 나사의 엔지니어들은 실패의 쓴맛을 봐야 했다.

하지만 도전은 계속됐다. 레인저 7호 발사일인 1964년 7월 28일 발사 당일 아침, 당시 프로젝트의 궤도 담당 엔지니어였던 딕 월러스는 사람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땅콩을 나눠줬다. 땅콩을 나눠주면 사람들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될 거로 생각했다고 한다.

땅콩 덕분이었을까. 레인저 7호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후 발사한 레인저 8호와 9호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레인저 7~9호가 탐사 수집한 정보는 아폴로 달 착륙 프로그램을 위한 착륙지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줬다.

“땅콩은 이제 필수” 미신 혹은 전통이 돼버린 땅콩

▲2018년 11월 26일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 착륙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연구원과 엔지니어가 땅콩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미국 항공우주국(NASA))
▲2018년 11월 26일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 착륙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연구원과 엔지니어가 땅콩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미국 항공우주국(NASA))

땅콩은 그 이후 거의 나사의 모든 발사 카운트다운에 등장하게 됐다. 땅콩을 깜빡한 몇몇 발사일에는 발사가 미뤄지거나 연기되면서, ‘땅콩이 없으면 발사가 실패한다’는 미신 아닌 미신이 자리 잡았다.

일례로 1997년 10월 3일 토성 탐사선 카시니(Cassini) 발사일에 나사 직원들은 땅콩을 깜빡했는데, 그날 발사는 기상 상황 때문에 연기됐다고 한다. 다행히 카시니는 이틀 후 발사됐고, 그날은 미리 땅콩을 준비했다고 한다.

현재는 발사 때뿐만 아니라 궤도 진입, 플라이바이(Flyby·우주선이 행성이나 다른 천체 근처를 지나가면서 자료를 수집하는 임무), 착륙 등 중요한 임무 때마다 땅콩이 등장한다.

스피어엑스 발사가 이뤄진 미국 현지에는 한국 천문연구원 연구진도 함께했다. 천문연은 스피어엑스 프로젝트에 유일한 국제 협력기관으로 참여했다. 천문연 연구진은 영하 220도의 우주 환경을 구현하는 극저온 진공 체임버를 개발해 우주망원경의 광학 및 분광 성능 테스트를 주도했다. 관측 자료를 처리할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협력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양유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저희는 특별히 뭐 먹은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드디어 집에 돌아갈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천문연은 스피어엑스가 보내온 후속 관측 자료 연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스피어엑스가 전달한 첫 관측 정보는 발사 2주 뒤 지구에 전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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