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탄핵, 계엄 동기로 참작될 수 있어도…“헌법 제77조에는 위헌”
헌재, 탄핵소추권 남용 부정…“계엄 선포 동기로도 인정 안 될 것”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조상원 4차장·최재훈 반부패2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한 가운데, 헌재의 결정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 선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헌재는 감사원장·검사 3인 등의 탄핵소추를 재판관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헌재 결정 후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의 원인이 됐던 탄핵 사건들이 오늘까지 8건이 기각됐다”며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결정적 계기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기각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줄곧 국회의 연속된 탄핵 시도가 비상계엄 선포의 원인이라고 피력해왔다.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줄탄핵을 비상계엄 선포 동기로 내세워 온 윤 대통령 측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비상계엄 선포의 동기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비상계엄의 실체적 정당성 자체는 위헌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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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줄탄핵이) 비상계엄 동기로서 참작이 되더라도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 제77조에 위반된다”고 부연했다. 헌법 제77조는 ‘전시, 사변, 국가비상사태 등에 있어서 병력을 사용해 군사상의 필요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헌재의 기각 결정이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발했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수용한 건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전원 교수는 “윤 대통령이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한 이유 중의 하나가 국회의 탄핵소추 남발이었다”며 “헌재가 (검사 탄핵 사건 기각 결정문에)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발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 이유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검사 3인의 탄핵 사건 결정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임 교수는 “심지어 감사원장 기각 결정문에는 최 원장의 법 위반이 있었다고 인정했다”며 “이는 최 원장의 법 위반 행위로 탄핵소추를 한 것이기 때문에 탄핵소추권을 남용한 게 아니라는 의미가 내포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판부는 최 원장이 국가공무원법과 국회증언감정법을 위반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임 교수는 “(최 원장이) 중대하게 법률을 위배한 게 아니기 때문에 탄핵소추를 기각한 것”이라고 짚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당시 헌재는 “대통령의 법 위반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며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 위반 행위가 있더라도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아니라면 파면할 사유가 없다는 의미다.
이에 임 교수는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국회가 탄핵소추를 남발했다’는 주장이 헌재에 의해 받아들여졌다라고 볼 수는 없다”며 “설령 받아들여지더라도 소추권을 남용한 게 전시사변 또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