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가까스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를 골자로 한 국민연금 모수개혁 방안에 합의했으나, ‘진짜 개혁’까진 갈 길이 멀다. 국민연금 지속가능성 확보의 핵심인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모수개혁 과제에서 빠져서다. 지급보장 명문화도 후속 개혁의 걸림돌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0%(2028년 도달)에서 43%로 인상하는 방안에 사실상 합의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합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출산·군크레딧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에 대해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수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27년 만에 보험료율 인상이 합의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이번 합의의 국민연금 재정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다. 보험료율을 13%로 올려도 부채 적립 없이 소득대체율 43% 보장을 위해 필요한 보험료율(수지균형 보험료율, 21.3%)에 크게 못 미쳐서다. 보험료율 인상 효과는 적립금 소진을 제5차 재정추계(2055년) 대비 9년 미루는 데 그친다. 이후에는 급여지출 증가로 부과방식 비용률이 오른다. 부과방식 비용률은 당해 보험료 수입으로 급여지출을 조달할 때 필요한 보험료율이다. 소득대체율 3%포인트(p)는 적립금 소진 후 부과방식 비용률을 약 2%p 높인다.
국민연금 적립금을 100년 이상 유지하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보험료율을 수지균형 수준에 근접하게 인상하고, 누적된 미적립부채 청산을 위해 기존 수급자들의 급여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이번 여·야 합의에서 자동조정장치는 구조개혁 과제로 넘어갔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뿐 아니라 기초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개인연금 등 모든 연금제도를 연계·조정하는 거시적 개혁으로, 논의에 오랜 기간이 걸리고 합의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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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개혁 논의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가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힌 지급보장 명문화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지급보장 명문화는 ‘국가의 국민연금 지속가능성 확보 의무’를 규정한 ‘국민연금법’ 제3조의 2를 ‘국가의 연금급여 지급 의무’로 수정하는 방식이다. 이대로 입법이 이뤄지면 국회와 정부는 지속가능성 확보를 목적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할 법적 의무가 사라진다. 이는 추가적인 보험료율 인상 없이 적립금 소진 후 발생하는 재정수지 적자를 재정으로 메우자는 논의로 흐를 수 있다. 결국은 후세대에 보험료 대신 조세 부담을 떠넘기는 방안이다.
이 때문에,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지급보장 명문화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연금연구회는 “연금 지급보장 조항 명문화는 개학 중에서 개악에 해당한다”며 “마치 청년층과 미래세대를 위하는 척, 불안을 덜어주는 척하고 있으나, 이를 핑계로 자신들만 연금 더 받아먹고 저세상으로 떠났겠다는, 자극적으로 표현하자면 현재 50대 이상 연령층들이 ‘자신들만 연금 더 받아먹고서 튀겠다’는 그런 나쁜 수단, 즉 눈속임 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