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앞에 남 탓만 한 MBK[노트북 너머]

입력 2025-03-1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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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부 유승호 기자
▲생활경제부 유승호 기자

“코로나19(팬데믹) 때 집 밖에 안 나오셨지 않습니까? 재난지원금은 마트에서 쓰지 못 하게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안 오고 온라인은 잘 번창하는데, 저희는 규제에 묶여 있었습니다.”

귀를 의심했다. 14일 열린 홈플러스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홈플러스 공동대표인 김광일 MBK파트너스(MBK) 부회장은 지속적인 점포 매각이 홈플러스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홈플러스 대표이자 대주주인 MBK 부회장 입에서 ‘핑계’와 같은 답변이 나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이날 기자간담회는 유튜브를 통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다. 김 부회장의 궤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부동산이나 시설을 매각하고 다시 임차해 그대로 사용하는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드리스백)’ 방식으로 회사의 운전자금과 투자자금으로 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홈플러스는 2016년 7월 유경PSG자산운용과 가좌점, 김포점, 김해점, 동대문점, 북수원점 등 5개 점포의 세일즈앤드리스백 계약을 체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4년 전부터 이미 점포를 팔고 재임차해온 것이다. 세일즈앤드리스백은 홈플러스 경쟁력을 약하게 만들고 결국 기업회생으로 이어진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MBK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점포 20여 개를 팔았다. 이 때문에 임차 비용은 더 늘었다.

부동산을 매각해 인수차입금을 갚고 영업이익 일부를 차입금 이자 비용으로 뽑아갔다는 게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홈플러스 노조)의 주장이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2016년 2월 말부터 2020년 2월말까지 장단기차입금이 총 2조7112억 원 감소했다. 이는 MBK가 2020년 1분기까지 매각한 부동산자금(2조2111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출된 이자비용 합계는 약 2조9329억 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4713억 원)보다 2조5000억 원이 많다.

MBK가 홈플러스의 점포를 팔고 자금을 끌어모으는 동안 국내 소비 트렌드는 1인 가구 증가, 맞벌이 가정 확대 등으로 급변했다. 쿠팡은 2014년 다음날 배송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컬리는 2015년 신선식품 새벽배송서비스를 내놨다. 온라인 쇼핑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홈플러스는 경쟁력을 크게 잃었다.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회계연도(당해 3월~다음 해 2월) 기준 2021년 133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2년(-2602억 원), 2023년(-1994억 원)까지 매년 영업적자를 냈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광일 부회장은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곳에서 궁색한 변명과 남 탓만 늘어놨다. 그나마 16일 MBK가 입장문을 내고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의사를 밝힌 것은 긍정적이나 구체적인 출연 규모와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한 뚜렷한 계획이 없는 건 여전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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