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주상복합 개발’ 어려워지자…홈플 회생절차 준비한 MBK[사모펀드의 높]

입력 2025-03-17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본 기사는 (2025-03-16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돈이 될 만한 부지는 이미 다 팔았어요. 매각이 어려운, 소위 ‘안 좋은 것’만 남긴 뒤 회생 신청을 했으니 논란이 되는 것입니다. 사업하다 보면 안 좋은 부분이 생기기 미련인데, 책임지는 대신 회생으로 차입금 이자를 탕감받거나 유예받는 식으로 회피해 버린다면 앞으로도 안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홈플러스 사태는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인수 초창기부터 기업 경쟁력 확보를 뒷전으로 하면서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리한 인수를 감행한 뒤 점포 매각과 사업 운영 모두 어려워지자, 자구책을 마련하는 대신 펀드 만기 내 자금 회수에만 혈안이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인수 초창기부터 MBK의 무리한 행보가 누적되면서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앞서 MBK는 홈플러스를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 원에 인수했다. 워낙 큰 금액인 만큼, 당시 인수 자금의 대부분은 차입금으로 해결했다.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 원을 마련한 뒤, 나머지 5조 원을 회사를 담보로 빌리는 차입매수(Leveraged Buyout, LBO)로 마련했다. LBO란 인수하려는 기업을 담보로 투자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인수 후 기업에 부채 부담이 많이 증가하며, 이를 갚기 위해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을 단행한다. 만약 기업 실적이 악화하면 부채 상환이 어려워지고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과도한 빚을 업은 채 홈플러스 대주주가 된 MBK는 인수 이후 빌린 돈을 갚는 데 급했다. 오프라인 매장들의 이익 창출보다 빌린 돈을 갚고 엑시트(자금회수) 하기 위한 현금 창출에 더 집중했던 이유다.

실제 MBK는 지금까지 수도권과 대전, 대구, 부산 등에 있는 점포와 토지 약 20곳을 매각했다. 이는 수도권·광역시 위주의 대다수 알짜 점포로, 자산운용사나 개발 사업자에 비교적 수월하게 매각됐다. 이후 부지는 주상복합으로 개발되거나 리츠, 펀드 등에 자산으로 편입됐다. 이를 통해 MBK가 마련한 4조 원 규모의 현금은 홈플러스 인수금융을 갚는 데 사용했다.

문제는 남은 점포들이 대다수 중소 도시나 구도심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매각이 어려운 곳들이라는 점이다. 대형마트 부지 특성상 주상복합 아파트나 오피스텔 개발로 용도 변환을 거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수도권에 비해 비교적 침체된 지방에선 수요 자체가 미미하다.

2019년 한국리테일을 통해 상장하려던 ‘한국리테일홈플러스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홈플러스 리츠)의 기업공개(IPO)도 철회되면서 홈플러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악화까지 겹치면서 마트 부지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길도 막혔다. 급기야 신용등급까지 추락하자 MBK파트너스는 법원행을 결정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기업 가치를 제고한 뒤 매각 차익을 확보할 것이란 일반적 발상에 어긋난 사례”라며 “이번 회생 신청은 과거 ING생명과 코웨이 매각 차익을 크게 남긴 MBK의 바이아웃 트랙레코드에 상당한 흠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부동산신탁업계 관계자는 “요새는 평당 2200만 원에 분양하던 곳도 ‘1000만 원 줘도 안산다’는 판국이 됐다”며 “이런 상황에 법정관리까지 들어가면 남은 부지 매각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MBK 측은 이번 홈플러스 인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하며 이를 모두 부인한 상태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일즈앤드리스백(점포 매각 및 재입대)은 다른 기업에서 많이 이용하는 방식으로, 점포 매각 자금을 홈플러스 운용 자금으로 투입했다”며 “홈플러스의 줄어든 매장 수는 이마트·롯데마트보다 적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영업실적이 악화한 요인 중 하나로 매출 상위 점포들을 매각한 점을 꼽고 있다. 실제로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경기 안산점, 부산 가야점 등 매출 상위권에 들던 점포를 포함해 15개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10개 점포는 폐점을 앞두고 있다. 홈플러스 점포는 141개에서 126개로, 슈퍼마켓 체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371개에서 308개로 줄었다.

홈플러스는 오는 6월 3일까지 법원에 제출할 예정인 회생계획안에 점포 매각 및 폐점 계획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4개 점포 추가 매각, 16개 점포 폐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홈플러스 점포는 126개로 사실상 6분의 1을 정리하는 셈이다. 다만, 홈플러스 측은 이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며 반박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코인 시황 어디서 봐?"…'애그리게이터'만 알면 한눈에 파악한다 [코인가이드]
  • ‘법정관리’ 엑시트 옵션 불과…제2, 제3의 홈플 나온다 [사모펀드의 늪]
  • 올봄 한국인 여행객이 사랑한 인기 여행지는 또 '일본' [데이터클립]
  • 역린 건드린 KIA 홍종표…야유보다 무서운 無응원 [해시태그]
  • "골프는 원래 정장 입고 하는 스포츠?" [골프더보기]
  • 에너지 취약계층이라면…산업부 ‘에너지효율 개선사업’ 신청해볼까 [경제한줌]
  • BTS가 불 붙이고, 제니가 방점 찍었다?…'콘서트 가격 논란'의 본질 [이슈크래커]
  • 故 김새론 측 "김수현 소속사, 2차 증명서까지 보내…SNS 사진 게재까지 막아"
  • 오늘의 상승종목

  • 03.1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2,299,000
    • -0.09%
    • 이더리움
    • 2,802,000
    • +0.68%
    • 비트코인 캐시
    • 499,100
    • +2.61%
    • 리플
    • 3,420
    • +1.27%
    • 솔라나
    • 186,600
    • -1.53%
    • 에이다
    • 1,059
    • +2.52%
    • 이오스
    • 721
    • +2.56%
    • 트론
    • 320
    • +0.95%
    • 스텔라루멘
    • 403
    • +3.6%
    • 비트코인에스브이
    • 49,860
    • +0.87%
    • 체인링크
    • 20,190
    • +1.71%
    • 샌드박스
    • 419
    • +3.4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