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배려 없는 법정관리에 시장 파장 키워[사모펀드의 늪]

입력 2025-03-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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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3-16 17:07)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메리츠·하나·신영·한양증권 등
리파이낸싱·유동화증권 채권단과
기업회생 신청 전 사전협의 전무
마스터리스·펀드 등 운용사도 비상
거래처·고용 문제 도외시 비판도

홈플러스가 자금을 빌리거나 채권 발행 주관을 맡긴 증권사들과 사전에 논의하지 않고 법정 관리를 신청한 데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가 어려움을 겪을 때 자금을 지원했던 증권사들이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는 지적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에 6550억 원 규모의 담보대출을 제공한 메리츠증권은 홈플러스가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 MBK파트너스나 홈플러스로부터 관련 언질을 듣지 못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을 통해 홈플러스에 총 1조2000억 원 담보 대출을 지원했다.

통상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에는 기업에 자금을 대출한 채권단과 협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법적으로 규정된 절차는 아니지만, IB 업계에서 기업과 채권단이 도의적으로 진행하는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향후 부채 탕감 계획 등과 관련해 설명하는 차원에서다.

홈플러스가 증권사 중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증권에 진 부채와 관련해 메리츠증권과 논의를 한 날은 6일로 알려졌다. 4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틀 뒤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대출이 부동산신탁사와 맺은 신탁계약 수익증권을 보유하는 형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자금회수에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회생 신청을 잎두고 채권단과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메리츠증권은 홈플러스 최대 주주 MBK파트너스가 내놓을 자구안의 내용을 검토한 뒤 향후 대응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6월 3일 법원에 회생 계획안을 제출할 계획으로, 계획안에는 상환이 유예된 금융부채 2조 원 변제 방안과 경영 정상화 계획 등을 담을 예정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법원이 금융 채권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가 채권단으로 있는 증권사들에 중요한 문제”라며 “법정관리 신청 전에 홈플러스와 채권단 간 협의가 없었던 만큼, 홈플러스와 구체적으로 협상하는 시점은 자구 노력이 나온 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에 1500억 원 규모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을 제공한 하나증권과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증권은 이 중 1000억 원 규모의 인수금융 관련 상품은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 기관투자자에게 판매하고 나머지 500억 원가량을 채권(후순위채) 형태로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 채권 발행을 주관했던 신영증권, 한양증권과의 물밑 대화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증권과 한양증권은 홈플러스 기업어음(CP)과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발행 주관을 담당했다. 이들 증권사를 포함해 관련 업계가 발행한 ABSTB(4000억여 원), CP·전단채(2000억여 원) 등 총규모는 약 6000억 원에 달한다. 신영증권 ABSTB 잔존물량은 현재 없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신청 계획을 미리 밝히고 증권사와 논의했더라면 투자자를 위해 한층 원만한 방안을 도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최대한 홈플러스와 협의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형사고발 등의) 다른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 임차(마스터리스) 계약으로 홈플러스 부지를 매입했거나 점포를 공모펀드에 담은 자산운용사도 부실자산을 떠안게 됐다. 신한리츠운용이 운영하는 상장 리츠(REITs)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보유자산인 인천 스퀘어원 복합쇼핑몰에 홈플러스를 장기 임차인으로 두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홈플러스 전주효자점을 담고 있는 ‘이지스코어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 126호’ 펀드 만기를 6개월 연장했다.

홈플러스 임직원 고용 문제와 거래처 등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미비했던 점도 논란이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메리츠금융그룹이 담보 채권 등을 보유하고 국민연금(6000억 원) 등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투자한 상황에서 약 1조 원 규모 상환을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임직원 임금, 퇴직금 등이 공익채권으로 우선 변제 대상이지만 담보 자산을 처분하는 상황에 이르면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취지다.

한편 MBK파트너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홈플러스에 물품을 납품하는 소상공인들이 원활한 결제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사재(개인 재산)를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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