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유증 앓는 국회…대화 사라진 與野

입력 2025-03-1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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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권성동 vs 野 이광희…목욕탕 TV 설전
“12·3 비상계엄 이후 목욕탕 대화 사라져”
“예전엔 공식 석상서 설전 벌여도 친했어”
與野 연금 개혁 소득대체율 합의엔 환영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협의회에서 박찬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협의회에서 박찬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국회가 12·3 비상계엄 이후 여야 간에 대화가 단절되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 국회의원, 보좌관들은 이전과 달리 공통적으로 일상적인 대화가 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낮에는 다퉈도 밤에는 웃는다’는 여의도 정치의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분위기로, 갈등을 대화로 푼다는 정치의 기본 정신에 균열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광희 민주당 의원 간의 ‘목욕탕 채널’ 관련 설전은 여야 간의 대화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달 11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의원 전용 목욕탕 TV 채널을 언급하며 “YTN이나 연합뉴스TV를 틀어놓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최근 민주당 의원들이 많아지면서 MBC만 틀어놓는 경우가 늘었다”며 이를 연합뉴스TV로 바꿨다고 밝혔다.

이광희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원 목욕탕에서 일찍 오는 의원 중 하나라서 맨날 MBC 틀어놓은 사람이 바로 저다. 누군지 다 알고 있으면서 이런 식으로 뒤에서 이야기하는 찌질함이라니”라며 비판했다.

국회의원회관 지하 2층에 위치한 목욕탕은 여야 정치인들의 일상적 대화가 오가던 일종의 갈등 완충 장치 역할을 하던 공간으로 인식돼 왔으나, 12·3 비상계엄 이후 단절의 공간으로 변모했다는 분석이다.

한 야당 보좌진은 “계엄 이후 여야 간에 대화가 많이 사라졌다. 정치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며 “화장실에 가거나 할 때마다 인사를 잘하고 말도 붙여보곤 했었는데 요새는 (안좋은 감정이 생겨) 자기도 모르게 인사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한 야당 중진 의원은 “예전엔 같은 상임위원회에 있는 여야 중진 의원 간에 공식 석상에서 만나면 서로 가시 돋친 설전을 많이 펼쳤지만 개인적으론 친한 경우도 있었다”며 “국민의 선택으로 야당이 다수가 되면 정부·여당이 그 조건을 인정하면서 뭔가 얻거나 양보하는 유연성이 있어야 되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여지들이 없어 강대강으로 붙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야 간의 일상적 대화 단절은 공적인 석상에서의 정책 타협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화와 협상이 끊긴 틈에는 고발을 통해 사법적 판단에 의존하는 ‘정치의 사법화’가 비집고 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달 13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향해 “국민들도 ‘여야가 기세 싸움만 하고 있지, 국민들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라며 “여당은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을, 야당은 다수당으로서의 부담감을 깊이 새겨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안은 사흘 전에 ‘13일에 처리하자’고 양 교섭단체가 합의를 했는데도 제가 보기에는 아주 미세하고 비본질적인 결의안 문구 하나 문제로 처리가 불발됐다”고 덧붙였다.

한 야당 재선 의원은 “소비가 줄고 어려움이 있어 빨리 추경도 하고 (국정 운영을) 탄력 있게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지금처럼 여야 간에 서로 싸우기만 하고 국민들도 서로 편이 갈리는 게 좋진 않다”고 전했다.

여야는 안건 관련 논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야는 이번 주 국정협의체 실무협의를 통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국민연금 개혁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야는 추경의 규모와 시기에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선별 지원과 보편 지원 등 방향성을 두고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민주당은 최소 30~35조 원 규모의 추경을 경기 회복과 민생경제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15조 원 수준의 추경을 통해 먼저 조기 집행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특별법에 대해서도 여야는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조항을 포함할 지를 두고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다. 여당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예외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야당은 근로기준법을 약화시킬 수 있고 다른 업종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어 세제 지원 등 합의된 내용을 우선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민주당이 소득대체율 43%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국민의힘이 화답 의사를 밝히면서 진전된 데 대해선 의원들 사이에서 지도부가 큰 결단을 내렸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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