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韓·美 통상마찰, ‘실리 추구’로 풀어야

입력 2025-03-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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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수 송현경제연구소 국제경제부문 대표

2010년대 이후 한국의 대미 교역 추이(국제수지 기준, 이하 같음)를 보면, 공산품 수출·에너지 및 농산물 수입을 중심으로 교역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지속하였다.

제2기 트럼프 정부의 대외통상정책은 1기 당시의 “America First” 전략을 한층 강화한 “Make America Great Again” 전략 즉, 자국의 경제적 이익 및 국가 안보를 최우선으로 강력한 보호무역조치를 시행하되, 이의 신속한 추진 및 정책목표의 효과적 달성을 위해 양자간 협상 방식을 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익 추구·양보 분야 명확히 설정해야

트럼프 정부는 1기 동안 미국 제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관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이는 이번 임기 중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의 경상적자 축소와 주요 산업 육성 및 경기 부양 차원에서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약달러(Weak Dollar) 및 저금리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정부의 통상정책 목표가 제조업 부활을 통한 일자리 및 노동자의 소득 확대와 경상수지 적자 축소, 무역 및 기술 보호주의를 통한 중국 견제 등 다방면에 걸쳐 있으므로 핵심적 이익과 양보가능한 분야를 명확히 하여 미국정책에 호응하면서도 한국의 실리를 추구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미국이 한국의 가장 안정적인 수출시장이라는 점, 한·미 간 경제구조적 보완성(제조업 중심 대 서비스업 중심) 및 미국 선진기술의 도입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수출 둔화보다는 수입 확대가 더 바람직한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첫째, 지속적 대미 직접투자를 통해 미국 내 한국 기업의 제조시설을 확대함으로써 미국의 공급망 및 제조업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동시에 미국시장 내 중국 배제의 공백을 최대한 점유하고 이로써 대미 수출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반도체, 배터리 및 자동차(전기차 포함) 등의 경우 현지 생산 확대와 핵심 부품 수출의 확대를 병행하는 방안을 강구하되, 미국의 앞선 반도체 설계 및 자율주행 등의 기술을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흡수하는 데도 힘써야 할 것이다.

둘째, 조선·기계·원자력을 비롯한 방위산업분야에서 한·미 간 협력을 강화하고 우리기술을 고도화해 제3국 수출·공동진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철강 및 알루미늄, 전자제품, 석유화학 등 전통 수출품의 경우 수출구조를 고부가가치제품 중심으로 고도화하여 통상마찰을 최소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셋째, 대미 경상수지 흑자 축소를 위해 농·축산물, 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대미 수입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원/달러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미국의 통상압력 완화의 한 수단이다. 최근의 대규모 대미 경상수지 흑자와 가파른 환율상승세가 문제시될 수 있는바, 이미 우리나라는 환율감시대상국으로 지정되어있는 상황이다. 향후 미국 정부가 제2의 플라자협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우리나라도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美 제외 수출국 확대·내수 활성화 중요

한편,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중반, 제1기 트럼프정부 시기 등의 경험에서 보듯이 미국의 통상압박이 강해지면 우리의 대미수출이 불가피하게 둔화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해 미국 이외의 지역에 수출을 확대하고 동시에 내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중 경상수지가 빠르게 악화(2013년 560억달러 흑자로 정점에 이른 후 2023년 310억달러 적자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미 수출마저 감소할 경우 전체 경상수지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고 이것이 성장 둔화와 어우러져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과 대외신인도 악화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미국의 통상압박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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