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은 '이달의 재외동포'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모국과 제주 발전을 이끈 재일동포 기업인 김평진(1926∼2007)을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재외동포청은 앞으로 매달 대한민국 발전이나 거주국 내 한인 위상 제고에 이바지한 동포를 발굴해 발표한다.
'이달의 재외동포' 선정은 광복 이전 독립운동 시기부터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경제, 문화, 사회, 과학 등 각 분야에서 모국과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재외동포의 활동을 알려 국민에게 재외동포가 '대한민국의 자산'임을 인식시키자는 취지다. 전 세계 동포단체의 추천과 언론, 교육, 경제 등 각 분야 민간 전문가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재외동포정책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김평진은 제주 출신으로 도쿄에서 요식업·유기업·부동산 등으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그는 1962년 재일제주개발협회장에 오른 뒤 재일동포 경제·문화인을 주축으로 한 제주 향토방문단을 파견했고, 제주도 농수산 부문 개발을 위한 기술 연수생을 일본으로 초청해 선진 농업 기술을 익히게 했다.
당시 방문단을 이끌고 서울에서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을 만난 그는 박 의장으로부터 제주도에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할 만한 호텔이 없다며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관광호텔 건축을 요청받자 즉석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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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주 최초의 관광호텔인 제주관광호텔을 지은 데 이어 서귀포관광호텔과 허니문하우스(파라다이스호텔 전신) 등도 잇따라 세우면서 제주도가 국제적인 관광지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허니문하우스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겨울 별장으로 사용된 건물이다.
또 첫 고향방문단 때 일본 감귤 묘목 500그루를 가져와 서귀포농업고와 제주대 농학부 농장에 식수했다. 이를 계기로 재일동포의 감귤 묘목 보내기 운동이 시작돼 오늘날 제주도 주요 산업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교육 분야에서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1966년 경영난으로 폐교 위기에 처해 있던 제주여자학원(제주여중·제주여고)을 인수해 여성 교육 발전에 힘썼다. 학교를 넓은 곳으로 이전해 1만3000여 평의 부지에 체육관을 별도로 짓고 신축 교사 실내에 화장실도 구비했다. 당시에는 선구적인 근대 설비로 제주 사회 선망의 대상이 됐고, 지속적인 지원으로 명문으로 발돋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