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전 김민재(가명·만5세)군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선재어린이집에 등원 시키던 30대 학부모 이영주(가명) 씨는 “혹시라도 아이들이 다칠까봐 불안한 건 사실”이라며 “사실 지난주에 탄핵 선고가 나올줄 알고 여행을 떠났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이번주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헌법재판소 앞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인근 학교 및 유치원·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선재어린이집 입구 바로 앞에서는 피켓과 셀카봉, 삼각대를 든 남성들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저마다 촬영 중인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큰 소리로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 혹은 기각을 호소했다. 이들 사이로 학부모의 손을 붙들은 어린이들이 등원 가방을 메고 종종걸음을 옮기는 모습이었다.
같은 어린이집에 만5세 아들 박준후(가명)군을 등원시키고 있다는 40대 학부모 박진영(가명) 씨는 “어린이집에서는 탄핵 선고일이라고 휴원을 한다거나 하는 공지는 없었다”며 “휴원 안 한다해도 그날은 집에서 아이를 돌볼 것이다. 다른 가족들에게 (돌봄)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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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인근에 위치한 운현유치원 앞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유치원 정문 바로 앞은 천막과 피켓이 가득했고, 대통령의 복귀를 촉구하는 내용의 노래가 시끄럽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할머니 손을 잡고 등원하던 어린이가 해당 노래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따라부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해당 유치원에 만4세 아이를 등원시키고 있다는 김민영(가명) 씨는 “사실 아쉬운 마음이 큰 거 같다”며 “아이들 보육권이 먼저인데, 애들 생각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헌재 인근에 위치한 재동초병설유치원, 재동초, 운현유치원 등 11개 학교에 대해 탄핵 선고 당일 휴교를 결정한 바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어린이집의 임시 휴업 결정 여부 서울시교육청이 아닌 지자체 소관”이라며 “앞서 (휴업을) 결정한 11개교는 변동 없이 탄핵 선고일 임시 휴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현재 ‘통학안전대책반’을 운영함으로써 집회 일정과 장소를 사전에 확인하고 경찰과 정보를 공유하는 등 주요 통학로 안전상태를 점검한 후 학교에 통보하고 있다.
탄핵 선고 당일 통학안전대책반은 비상 연락 체계를 구축해 집회나 학교 안전 상황을 공유한다. 탄핵 선고일 이후에도 잔여 위험 요소를 경찰청 등에 정리 요청한 뒤 유사상황을 대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