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 능가할 신약?…中 아케소, ‘이보네시맙’ 임상결과 발표

입력 2025-03-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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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의학학술지 더 랜싯에 폐암 신약 임상 3상 결과 공개

키트루다보다 이보네시맙 무진행 생존기간 약 2배 높아
화이자에서도 관심…중국 제약바이오산업 신뢰 증가

(오픈AI 달리)
(오픈AI 달리)

지난해 295억 달러(약 42조7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를 기록한 키트루다의 효능을 능가하는 신약이 조만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제약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제약회사 아케소(Akeso)가 이달 8일 의학 학술지 더 랜싯(The Lancet)’에 PD-L1 양성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의 1차 치료에서 단일 요법으로 진행한 ‘이보네시맙(ivonescimab)’ 임상 3상 결과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이 11.1개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 머크의 ‘키트루다’의 PFS 중앙값(5.8개월)보다 약 2배가량 높은 수치다.

이보네시맙은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간 세포 예정사 단백질-1(PD-1)/혈관내피 생성인자(VEGF) 이중항체 항암제로 2022년 말 중국 바이오기업 아케소로부터 미국 서밋 테라퓨틱스(Summit Therapeutics)가 도입했다. 당시 서밋은 미국과 캐나다, 유럽, 일본 등에서 이보네시맙을 개발하고 상업화하는 독점적 권리를 계약금 5억 달러(약 7200억 원)를 포함해 최대 50억 달러(7조2000억 원) 규모에 확보했다.

미셸 시아(Michelle Xia) 아케소 회장 겸 CEO는 중국 글로벌 텔레비전 네트워크(CGTN)과의 인터뷰에서 “제약 산업에서 키트루다를 능가하고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은 놀라운 업적”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회사가 이러한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3상 시험이 실패했다. 우리의 3상 임상 시험은 무작위 이중 맹검 연구에서 강력한 긍정적 결과를 달성한 세계 최초의 시험”이라고 평가했다.

아케소는 이번 랜싯 학술지 게재를 두고 학계에서 이보네시맙의 획기적인 임상적 잠재력을 강력히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케소는 포괄적인 개발 계획 내에서 이보네시맙을 전략적으로 배치해 암 면역 요법의 지형을 재편하고 새로운 글로벌 치료 표준을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보네시맙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지난달 글로벌 빅파마 화이자는 이보네시맙과 화이자의 여러 항체약물접합체(ADC)를 병용 투여하는 요법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 시험 협력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해당 임상 시험은 올해 중반기 이후 시작될 예정이다.

중화권에서도 이보네시맙에 거는 기대가 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현지시간) 아케소의 임상 연구가 서방의 주요 동종업체를 능가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제약업계의 ‘딥시크(DeepSeek) 모멘트’로 칭송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벤처캐피털펀드 ‘프리즈 펀드’는 이달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아케소의 신약 효능이 향후 더 많은 임상시험에서 검증된다면 미국에 비해 5년 뒤처졌던 PD-1 영역에서 오히려 중국이 3년 앞서나가는 국면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중국의 신약개발 수준은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과거 임상 연구 결과, 논문 성과에 대한 불신으로 중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국제 규제기관에서 승인받는 신약들이 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2022~2024년 FDA 신약 허가 현황을 보면 일본이 8개, 중국이 4개, 한국이 3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 세계 연구개발(R&D) 투자 상위 50개 제약사 중 중국 3곳이 포함된다. 국내 제약사는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이 1만1200개의 파이프라인을 기록하고 있으며 중국이 전 세계 파이프라인의 26.7%인 6098개를 진행 중이다.

정윤택 한국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우리나라 파이프라인을 가장 많이 사 간 국가가 중국이다. 차세대 항암 모달리티(약물전달)로 꼽히는 ADC 분야에서도 지난해 중국이 상대적으로 라이선스 아웃(기술이전)을 많이 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제약바이오산업에 적극 지원·투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원장은 “중국 내 꽌시 문화 등은 극복해야 할 문제지만 과거보다 임상, 허가 규제가 많이 선진화됐다”며 “노바티스, 얀센 등 글로벌 빅파마가 중국 바이오텍과 R&D, 전략적 제휴를 늘리는 것을 보면 기술 수준이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물보안법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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