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무관심·미미한 지원에…1위 위상 흔들리는 ‘K-반도체’ [韓 제조업이 무너진다②]

입력 2025-03-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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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3-17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中 CXMT와 기술 격차 사실상 ‘3년’
美 트럼프 관세ㆍ보조금 압박 본격화
TSMC 중심 파운드리 생태계 확장

▲반도체 칩이 인쇄회로기판 위에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도체 칩이 인쇄회로기판 위에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의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4월 ‘한국의 경제 기적이 끝났나?(Is South Korea’s economic miracle over?)’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FT는 한국 성장모델의 주축이었던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짚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25년 3월. FT가 지적한 것처럼 한국의 성장엔진이 급속도로 꺼져가고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들린다. 제조업 ‘르네상스’ 시대를 주름잡았던 국가대표 기업들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한국 주력 산업들의 글로벌 존재감은 점차 위축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국 유일주의(America Only)’ , 중국의 과학굴기 등으로 글로벌 무역전쟁은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과도한 반기업 정책, 노동시장 경직성, 인재 부족 등 여러 장애물이 기업 경쟁력을 가로막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다. 본지는 대한민국 제조업이 처한 현실을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자타공인 반도체 강국으로 불리던 한국 위상이 점차 흔들리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물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이, 후발주자라고만 생각했던 중국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쫓아왔다. 정치권의 무관심과 여전히 상대적으로 미미한 지원이 이러한 위기를 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지난해 말 양산을 시작한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제품에 대해 기존 17나노미터(㎚·1㎚=10억분의 1m)에서 최신 16㎚ 공정으로 전환했다. 해당 공정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2021년 본격적으로 활용했던 10나노급 3세대(1z) 공정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술 격차가 약 3년으로 줄어든 셈이다. CXMT는 현재 15㎚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말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미 범용 제품에서는 중국이 저가로 물량을 쏟아내면서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다. CXMT는 지난해 말부터 DDR4 제품을 시장의 반값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2020년 0%대였던 CXMT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로 성장, 올해 말에는 12%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국내 기업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고부가 제품군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최근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등장으로 불안정해졌다는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관세 및 보조금을 빌미로 미국 내 첨단 반도체 공장 투자를 늘리라고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관세 적용이 본격화하면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 제품이 시장의 선택을 받으면서 반사이익을 크게 얻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게 올해 가장 큰 변수”라면서 “메모리, 공정, 양산 등에서 거의 다 따라잡았고 AI 프로세서 쪽은 1년 정도 앞섰다.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시장 1위인 대만 TSMC의 기술 초격차가 심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 인수를 위해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퀄컴 등 주요 글로벌 팹리스 기업과 연대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국 기업 인텔을 회생시키기 위해 TSMC에 인수 검토를 요청해왔다. 연대가 결성돼 인수가 본격화하면 주요 글로벌 팹리스 고객들이 향후 삼성전자를 배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무엇보다 반도체 생태계를 위한 정부의 물질적,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게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은 반도체법(Chips Act·칩스법)을 통해 2023년부터 5년간 총 520억 달러(약 75조 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금을 마련, 이중 130억 달러(약 18조 원)를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에 투입한다. 중국은 지난해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3440억 위안(약 64조 원)의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들이 절실하게 요구하는 직접 보조금 지원 방안 등은 여전히 공회전 중이다.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논의 역시 여야 간 정쟁의 요소로 전락하며 사실상 완전히 정지된 상황이다.

지속된 인재 및 핵심 기술 유출 역시 문제다. 실제로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술 유출 사건 전체 27건 가운데 반도체 기술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변곡점에 서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업계가 함께 위기를 타파할 방안을 하루빨리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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