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그룹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강하게 질책하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2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삼성이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며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지만 이정도 고강도 메시지는 처음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회장의 메시지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지난달 말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하고 있다. 삼성이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은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삼성전자 초격차의 상징이었던 반도체 사업이 올해 들어서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자 조직 내 긴장감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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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고 한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삼성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번 임원 세미나에선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 철학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 여기에는 이재용 회장의 기존 발언들과 함께 올해 초 신년 메시지로 내놓으려고 준비했던 내용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영상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미나에 이어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외부에서 바라보는 삼성의 위기 등을 주제로 강연했다. 또 참석자들은 내부 리더십 교육 등에 이어 세부 주제에 관해 토론하며 위기 대처와 리더십 강화 방안 등을 모색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재용 회장은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사피)’ 서울캠퍼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한다. 이 대표와 이 회장의 공식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