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실질임금 감소 타격
격차 확대 시 정치 불안정↑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은 지 1년을 맞은 가운데 은행들의 수익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은 데 반해 소비자들은 고물가와 얇아진 지갑에 시름이 깊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7일 보도했다. 특히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에 부담이 가중되면서 정치적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이어 같은 해 7월 금리를 연 0∼0.1%에서 연 0.25%로 올렸다. 이어 올해 1월에 0.50%로 추가 상향 조정했다. 시장은 이르면 7월 금리가 0.75%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금리는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게 된다.
금리 있는 시대로의 진입에 가장 큰 수혜자는 은행이 꼽힌다. 3대 대형은행들은 대출 금리 상승 덕분에 3월 마감하는 2024 회계연도에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가령 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그룹(SMFG)은 금리 인상에 추가로 900억 엔(약 8700억 원)의 순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금리가 0.25%포인트(p) 오를 때마다 연간 1000억 엔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일본 전체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토픽스지수는 작년 3월 이후 1년간 거의 변동이 없는 것과 달리 은행업종은 약 29%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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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일본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4.0% 올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았다. 2월 근로자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1.8% 축소, 석 달 만에 뒷걸음질 쳤다.
일본은행은 금리를 정상화해 임금 상승, 소비 증가, 경제 성장의 선순환을 구축하는 것이 높은 물가로 인한 단기적인 어려움을 감수할 만큼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정책 결정자들은 이러한 선순환이 점차 정착되고 있지만, 생활비 부담이 증가한 소비자들은 여전히 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몸마 가즈오 전 일본은행 이사는 “저소득층과 대출이 있는 가계에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와 달리 부유층은 금리 인상으로 자산 가치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격차가 확대되면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내각 지지율은 작년 10월 출범 후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아사히신문이 이날 공개한 정례 조사에서 이시바의 지지율은 전월(40%)보다 14%포인트(p)나 하락한 26%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내각 지지율이 30%를 밑돌면 ‘퇴진 위기’ 수준으로도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