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사건, 재심서 무죄 확정…고액 보상금 ↑
“불구속 수사 원칙…증거 의한 수사·기소 필요”

서울역 광장 일대를 배회하며 지내던 A 씨는 2020년 12월 동료들과 노상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같이 있던 70대 노인 손가락에 금반지가 있는 것을 본 동료는 ‘함께 반지를 빼앗아 팔자’고 제안했고 이를 실행했다. A 씨를 포함한 3명은 특수강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범행 주도자에게 징역 5년, A 씨와 다른 동료 1명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 씨는 “목이 졸려 넘어지려고 하는 피해자를 잡아주기 위해 양팔을 붙잡은 것뿐”이라며 범행을 부인했다. 다만 법원은 A 씨가 △범행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 △팔을 잡은 행위가 범행 완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은 2심에서 뒤집혔다. 2022년 3월 서울고법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유죄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다른 피고인들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검찰이 피의자 신문조서에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내용만 기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A 씨는 2022년 8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죄가 없음에도 1년간 구속됐던 A 씨는 지난해 9월 형사보상금을 신청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서울고법은 A 씨에게 82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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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다 무죄를 받고 풀려난 피고인에게 지급하는 ‘형사보상금’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이는 검찰 판단이 적정했는지 따지는 기준 중 하나로, 검찰의 부실 수사와 무리한 기소가 국고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대검찰청 검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된 형사보상금은 772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569억 원) 대비 약 36% 증가한 수치로, 2014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건수로는 지난해 3505건을 기록해, 전년보다 549건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지급 건수 증가율(19%)과 보상액 증가율(36%)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검찰은 과거사 사건들이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며 그에 따른 고액 보상금 지급이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지법에서는 4·3 수형인 희생자 200여 명에 대한 형사보상금 지급이 결정됐다. 이들에 대한 보상금 액수는 인당 1억~2억 원대로 형성됐다.
형사보상금 지급액은 201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317억 원이었던 지급액은 2021년 444억 원으로 늘며 우상향 추세를 보였다. 2022년 4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20억 원가량 줄었지만, 2023년 569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800억 원에 가까워졌다.
형사보상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만큼 수사기관이 피의자 인신 구속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검찰은 충분한 수사를 통한 증거 수집으로 공소 제기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인 법무법인 새별 안성열 변호사는 “2022년부터 최근까지 형사보상금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수사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수사기관은 불구속 수사 원칙을 바탕으로 철저히 증거에 의한 수사와 기소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