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불안해진 관광객들…미국 여행 계획 취소

입력 2025-03-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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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미국 해외 방문객 수 2.4%↓
“올해 미국 관광객 5% 감소 예상”
관광업, 소비둔화 속 타격 가중 우려

▲미국 뉴욕에 있는 유명 관광지 타임스퀘어의 야간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미국 뉴욕에 있는 유명 관광지 타임스퀘어의 야간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무역 정책과 공격적인 수사에 대한 우려로 국제 여행객들이 미국 여행을 취소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에 따르면 미국 해외 방문객 수는 2월에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권역별로 보면 아프리카(-9%), 아시아(-7%), 중앙아메리카(-6%) 등에서 감소폭이 컸다. 특히 미국과 가장 큰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은 11% 축소됐다.

관광 분야 연구기관인 투어리즘이코노믹스도 올해 미국을 찾는 국제 여행객 수가 5% 감소하고, 이로 인해 여행산업이 약 640억 달러(약 93조 원) 손실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관은 원래 외국인 관광객이 올해 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달 말에 하향 조정했다.

이 연구소의 애덤 삭스 소장은 “우리 전망에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면서 “이는 관세로 인한 무역 갈등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수사법과 비하적인 태도로 인해 관광산업의 성장 전망이 급격히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WP는 “캐나다인들은 디즈니월드와 음악 축제 여행을 건너뛰고 있으며 유럽인들은 미국 국립공원을 피하고 있다. 중국 여행객들은 미국 대신 호주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캐나다인들이 9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의 의회 언덕에서 열린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주권에 위협을 가한 것에 대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타와(캐나다)/AP연합뉴스
▲캐나다인들이 9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의 의회 언덕에서 열린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주권에 위협을 가한 것에 대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타와(캐나다)/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51번째주로 편입을 압박하는 캐나다에서 미국 여행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전 총리는 국민들에게 미국 여행을 자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 2월 한 달 동안 미국에서 캐나다로 돌아온 차량 여행객 수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3% 감소했다. 또 항공편을 이용해 미국에서 돌아온 캐나다 여행자도 13% 줄었다.

멕시코 출신으로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베르타 로페스(54)는 미국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생필품을 구입하곤 했지만, 올해부터는 이를 완전히 중단했다. 또 미국 애리조나에 사는 친구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대신 친구가 캐나다로 오도록 항공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로페스는 “미국이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발언은 너무나 불쾌하다. 정말 모욕적이에요. 그래서 저도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어요. 타이드 세제 안 사고, 코카콜라 안 마시고, 디즈니 안 갑니다. 누군가 병원에 입원하거나 장례식이 있지 않는 한, 앞으로 몇 년간 미국에 가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투어리즘이코노믹스는 올해 캐나다인들의 미국 방문이 15%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며, 이로 인해 33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했다.

유럽인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친러시아 정책과 유럽에 대한 공격적인 관세 조치로 인해 미국 방문을 기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럽산 와인과 주류에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유럽연합(EU)을 세계에서 가장 적대적이고 부당한 세금과 관세 정책을 가진 지역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17년 1월 20일~2021년 1월 20일) 때도 국제 관광이 급격히 감소해 약 200억 달러의 관광 수입이 사라졌다고 삭스 소장은 전했다. 당시에는 멕시코, 중국, 중동 지역에서의 여행객 감소가 두드러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여행 금지 정책, 관세 조치, 반이민 정책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그러나 재집권기인 이번에는 캐나다, 유럽 등에서도 미국 여행 거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 관광산업은 이미 경기침체 우려 속에 내부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델타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은 올해 1분기에 여행 수요가 둔화됐다고 지난주 보고했다. 호텔 및 여행사 관계자들도 미국인들이 경기 불확실성으로 미국인들조차 여행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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