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 건드린 KIA 홍종표…야유보다 무서운 無응원 [해시태그]

입력 2025-03-1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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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목청 터져라 팀과 선수를 응원하는 야구장. 한 선수의 등장에 그저 침묵만이 흘렀는데요. 응원단장의 응원 독려에도 팬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죠. 싸늘한 분위기에 상대팀 더그아웃 또한 두리번거릴 수밖에 없었던 정말 생경한 광경. 이 모든 분위기 속 타석에 들어선 건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홍종표 선수였습니다.

22일 개막을 앞둔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시범경기가 순항 중입니다. 시범경기, 유료임에도 불구 주말 경기는 매진 행렬을 기록 중인데요. 이번 주말도 마찬가지였죠. 15일과 16일 KIA-삼성 라이온즈 경기가 펼쳐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도 구름 관중이 몰렸습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15일에는 1만5690명, 16일에는 1만4596명이 찾으면서 매진을 기록했죠. (시범경기에는 외야 자유석을 개방하지 않음)


(뉴시스)
(뉴시스)


KIA는 디펜딩챔피언인데요. 2024시즌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까지 모두 우승하며 넘치게 행복한 한 해를 보냈죠. 팬들의 환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인데요. 시범경기부터 쏟아진 함성에 선수단도 신이 났습니다. 겨우내 야구 없이 어찌 버텼는지. ‘올해도 죽었다’는 마음으로 출발선에 서기 전부터 격한 응원을 보내주는 고마운 팬들이죠. 이범호 KIA 감독 역시 “홈에서 시즌 첫 시범경기를 했는데 팬들의 응원 소리에 시즌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감사할 따름”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 응원이 닿지 않은 이도 있었습니다. 홍종표는 16일 2루수로 출전해 3안타를 기록했는데요. 눈부신 모습이었지만 팬들의 환호는 사치였죠. 팬들이 무관심 무응원으로 그를 바라봤기 때문인데요. 삼성 포수 강민호 또한 조용한 챔피언스필드가 어색한 듯 KIA 더그아웃 선수들을 향해 “왜 그래? 응원을 왜 안 해?”라며 당황스러워했고, 이 모습은 중계화면에 그대로 잡혔죠.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도 줄어든 응원 소리에 갸웃댔는데요. 대체 무슨 일일까요?


(출처=MBC 스포츠플러스 캡처, KBO 유튜브 캡처)
(출처=MBC 스포츠플러스 캡처, KBO 유튜브 캡처)


2000년생 홍종표는 ‘2020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6번으로 KIA 유니폼을 입은 젊은 선수입니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구단에 복귀해 꽤 안정적인 수비로 눈도장을 찍었고, 타격도 성장 중이었죠.

그러나 지난해 9월 분위기가 뒤바뀌었는데요. 홍종표는 여러 명의 이성과 동시 교제 의혹을 받았습니다. 의혹이 증폭되자 KIA 구단은 자체 조사를 통해 홍종표에게 한국시리즈 엔트리 제외, 마무리 캠프 훈련 배제, 벌금 부과 등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 같은 강력 조치는 단순한 사생활 문제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여러 여성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홍종표가 KIA 구단이 속한 광주를 향한 지역 비하 발언을 쏟아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는데요.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격히 퍼졌고, 팬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이후 KIA 구단은 조사 과정에서 지역 비하 발언에 대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8일 홍종표 또한 공식 석상에서 “사생활 관련 이슈로 문제를 일으켜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사과하며 지역비하 발언은 오해라고 설명했는데요. 홍종표는 수도권에서 오랜 기간 생활해왔기 때문에 광주 생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표현했을 뿐이며, 이러한 발언이 지역 비하로 과장되었다고 해명했죠.


▲KIA 타이거즈 홍종표 (뉴시스)
▲KIA 타이거즈 홍종표 (뉴시스)


그러나 돌아선 팬의 마음을 돌리기엔 부족한 대응이었는데요. 팬들 사이에서는 ‘역린’을 건드렸다는 반응입니다.

야구는 그 어떤 종목보다 ‘지역 연고’가 매우 민감한 스포츠인데요. 프로야구 창설 때부터 지역대항전으로 여겨졌을 정도로 연고지를 바탕으로 큰 인기를 끌었죠. 연고지를 바탕으로 리그를 성장시킨 만큼 연고지 팬들과 연고지 팀 간의 애정은 매우 끈끈합니다.

각 지역 출신이 해당 연고지 팀에 뽑히게 되면 ‘로컬보이’, ‘성골’이라는 호칭이 따라붙고요. 견제구를 지적하는 응원 또한 그 지역 사투리가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지역을 떠나 다른 곳에 터를 잡더라도, 혹은 그 지역에 살았던 적이 없더라도 조상이 그 지역에 살았다면 ‘해리포터 마법의 모자’가 그 팀을 응원하게 한다는 무시무시한 ‘뿌리의 스포츠’죠.

타 연고지에서 성장한 선수라도 신인 드래프트 등을 통해 구단에 속했다면, 그 지역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요. 지역의 맛집과 볼거리, 놀거리 모든 것에 흡수돼 하나 돼야 ‘우리 팀 선수’라는 애정을 더 쏟게 하죠. 거기다 자유계약선수(FA) 등으로 새롭게 팀에 합류한 선수가 “할아버지가 원래 해당 구단 팬이었다” 혹은 “어릴 때 이 지역에 살았다” 한 마디만 건네줘도, “너는 태생부터 우리 선수였다”며 치켜세워주며 박수를 보냅니다. 정말 지독하고도 지독한 지연이죠.

이런 스포츠에 지역비하 발언 논란이라니… 그저 할 말을 잃게 하는데요. KIA 팬들의 무응원에 타팀 팬들 또한 “십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내는 이유입니다. 심지어는 “우리었으면 맥주 던졌다”, “야유 보냈다”라는 더 격한 소리도 나오죠.

앞서 ‘포즈난’ 응원에 쏟아진 부정적 반응과는 전혀 상반되는데요. 8일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시범경기에서 3루 측 관중석 상단에서 응원을 펼치던 5~6명의 야구팬들이 일명 ‘포즈난’ 응원을 펼쳐 논란이 됐죠. ‘포즈난(Poznań)’이란 축구 경기에서 관중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일제히 점프하는 응원 방식인데요. 이 행동을 경기장을 등지고 취하며 ‘이미 볼 필요 없이 이긴 게임’이라며 상대를 조롱하는 응원 중 하나입니다. 문제는 야구장의 구조나 관중석이 안전으로 볼 때 야구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인데요. 특히 파울 타구가 관중석으로 넘어오는 일이 많은 만큼 경기장을 등지는 행동은 위험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축구 응원방식을 야구에 가져오지 말라는 목소리도 큰 힘을 얻고 있죠.

사실 축구와 야구 응원은 비슷하면서도 다른데요. 지역 연고와 충성심 강한 팬들이란 점은 비슷하면서도 응원 풍경은 정반대입니다. 축구는 비하와 격한 반응(욕설도 함께)이 섞인 훌리건(축구 경기에서 스포츠맨십을 던져버리고, 관중이 저지르는 폭력, 괴롭힘, 기물 파손과 같은 기타 공격적이거나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팬) 적인 응원이 많죠. 원정팀은 원정 좌석에만 앉아야 하며, 홈팬과 같은 구역에서 응원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 축구에서도 마찬가지죠.


▲KIA 타이거즈 홍종표 (뉴시스)
▲KIA 타이거즈 홍종표 (뉴시스)


야구는 조금 다릅니다.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하더라도 함께 같은 자리에 앉아 응원할 수 있고, 설사 홈 응원석에서 원정팀 유니폼을 입고 있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설사 내 응원팀의 경기가 아니라도 응원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오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죠.

선수에게 쏟아내는 비난도 축구가 조금 더 거센 편인데요. 그라운드로 직접적인 물건을 던지는 일도 많죠. 그렇기에 KIA 팬들의 ‘무응원’이 이들 업계에서는 ‘신사적(?)’이라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이 모든 상황이 홍종표에겐 억울할 수도 있는데요. 확실한 증거 없이 ‘지역비하 낙인’이 찍혔다고 말입니다. 구단과 선수가 사과에 나선 뒤 벌어진 풍경이란 점도 사기를 약화시킬 수도 있죠. 그러나 이 모든 건 선수가 이겨나가야 할 몫입니다. 신뢰 회복 또한 홍종표에게 남겨진 숙제죠.

이번 시즌에서는 실력뿐 아니라 행동과 태도에서도 신중함을 보여야 할 텐데요. 이번 시즌 말미에 홍종표는 웃을 수 있을까요? 그의 절치부심을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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