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車…글로벌 생산 '톱10' 위태롭다 [韓 제조업이 무너진다③]

입력 2025-03-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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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3-18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韓 글로벌 자동차 생산 순위 7위로 내려앉아
내수 부진ㆍ해외 생산 확대로 국내 생산 감소
국내 자동차 전후방 산업 종사자 수 100만 명
노조 위기의식 공유ㆍ정부 정책 지원 절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영국의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4월 ‘한국의 경제 기적이 끝났나?(Is South Korea’s economic miracle over?)’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FT는 한국 성장모델의 주축이었던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짚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25년 3월. FT가 지적한 것처럼 한국의 성장엔진이 급속도로 꺼져가고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들린다. 제조업 ‘르네상스’ 시대를 주름잡았던 국가대표 기업들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한국 주력 산업들의 글로벌 존재감은 점차 위축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국 유일주의(America Only)’ , 중국의 과학굴기 등으로 글로벌 무역전쟁은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과도한 반기업 정책, 노동시장 경직성, 인재 부족 등 여러 장애물이 기업 경쟁력을 가로막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다. 본지는 대한민국 제조업이 처한 현실을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한때 세계 다섯손가락안에 꼽히던 자동차 생산량이 지난해 7위로 내려앉았다. 내수 부진이 심화하면서 생산량이 쪼그라들었다. 미국 정부가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까지 예고하면서 글로벌 상위 10위 자리마저 위태롭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18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412만8242대로 집계됐다. 글로벌 생산 순위는 멕시코에 6위 자리를 내주며 7위로 떨어졌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상대적으로 선방해 5위까지 올랐던 한국의 자동차 생산은 이후 공급망을 회복한 독일, 멕시코에 순위를 연달아 내줬다.

가장 큰 원인은 경기 둔화에 따른 내수 부진이 지목된다. 지난해 수출은 소폭(0.6%) 증가했으나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 판매는 2013년 이후 최저치(163만5000대)를 기록했다. 올해 내수가 전년 대비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국내 자동차 시장의 규모와 잠재 수요의 한계로 생산 확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수출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중국 업계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국산 자동차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자동차 관세는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완성차 업체들이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 생산 물량을 확대하면 그에 따른 국내 생산 위축은 불가피하다.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0년 처음으로 400만 대를 넘었고, 2011년 466만 대로 정점을 찍었다. 2015년까지도 450만 대 수준을 유지했으나 2019년 다시 400만 대 아래로 떨어졌고 코로나19 팬데믹이었던 2021년에는 346만 대로 바닥을 찍었다. 2023년부터 400만 대 수준을 회복했으나 내수 부진과 해외 생산 확대 여파로 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동차 생산 ‘400만 대’는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생산량이 그 아래로 떨어지면 일자리가 위협받고 연관 산업이 충격을 받는다. 국내 자동차 산업 종사자 수는 30만 명을 넘는다. 전후방 산업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 이상이 자동차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 산업이 국내 제조업 생산과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생산 기반 약화는 국가 제조업 경쟁력 저하로도 연결될 수 있다.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을 지낸 이항구 아인스(AINs·자동차산업 전문 컨설팅업체)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연간 자동차 생산 물량은 410만 대 정도로 미국의 관세가 현실화하면 300만 대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과거 한국이 450만 대까지 생산했었는데 물량 3분의 1이 줄어들면 부품업체도 3분의 1이 구조조정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톱 10 생산국 순위에서도 도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과거 한국에는 대우·삼성·현대·기아·쌍용자동차 등 5대 완성차 업체가 존재했으나 현재 순수 국내 기업으로 남아 있는 곳은 사실상 현대차·기아, KGM(前 쌍용차)뿐이다. 쌍용차는 KG그룹에 인수돼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르노코리아와 한국지엠은 다국적 기업의 생산 기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업계 노사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주요 완성차 업체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 갈등과 파업은 생산성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 파업에 따른 부품 공급 차질 등으로 현대차 생산량이 전년 동월 대비 5.5% 줄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 생산을 촉진할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KAMA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의 노사가 전사적 차원에서 현 상황을 직시하고 위기의식을 조직과 공유하며 혁신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국내 생산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강력한 생산유인 정책으로 고용, 부품생태계 등 산업기반 유지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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