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버드 국장은 이달 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제3차 세계대전 또는 핵전쟁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개버드 국장은 친러시아 성향으로 알려져 임명부터 미국 정보기관과 동맹국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미국의 정보 동맹 네트워크에 긴장을 불러온 것은 개버드 국장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압박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우크라이나와의 정보 공유를 중단하는가 하면, 캐나다를 합병하고 파이브파이즈 정보 동맹에서 퇴출하겠다고 위협했다. 파이브아이즈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가 감청된 통신과 데이터를 공동으로 수집하기 위해 맺은 협정으로, 역사상 가장 야심 찬 수집 및 공유 협정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동맹국 간 정보 공유에 닥칠 수 있는 세 가지 가능성 있는 위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미국의 캐나다 파이브아이즈 퇴출 위협으로 야기되는 위험 △동맹국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기밀 보호에 소홀할 것을 우려해 스스로 주저하거나 다른 파트너를 찾기 시작할 위험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 관료제와의 전쟁과 정보 커뮤니티의 정치화가 미국 스파이들 사이에 혼란과 마비를 일으켜 동맹국에까지 파급될 위험 등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중에서도 세 번째를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로 꼽았다.
휴민트(HUMINT·정보 요원 및 내부 협조자를 이용) 세계에서는 미국 정보 유출과 신뢰성에 대한 정치적 우려에 대응해 정보를 확대하거나 축소하거나 위장할 수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작전 장교를 지낸 마크 폴리메로풀로스는 “결론은 모든 정보 기관은 자산에 대한 신성한 의무가 있다는 것”이라며 “(서방 정보기관들은) 과거에 공유했던 정보들을 소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CIA 요원들을 해고하기 시작하는 등 미국 내 스파이들 사이에서 혼란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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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관리들은 현재까지는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파이프를 통해 흐르는 모든 물은 정상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역사학자 존 페리스도 “저는 이것을 파이브아이즈 내 큰 위기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우려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 책임자였던 사아란 마틴은 “파이브아이즈는 공식적인 거버넌스가 거의 없고 비공식적인 거버넌스도 거의 없다”며 “실제로는 미국이 규칙을 만든다는 불문율이 하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