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의 금융의 창] 한국, 일본식 ‘격차사회’ 피하려면

입력 2025-03-1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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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평가연구원 비상근 연구위원ㆍ금융의 창 대표

최근 한국 사회는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소득·자산 격차, 교육 불평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지역 간 불균형 등의 구조적 문제가 맞물리면서 사회 전반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1990년대 이후 일본이 겪은 ‘격차사회(格差社會)’가 떠오른다.

한때 ‘1억 총중류(中流)’를 자부하던 일본은 장기 불황과 구조적 변화 속에서 중산층이 붕괴하며 격차사회로 전환되었다. 경제적 양극화는 고용 불안과 임금 정체, 비정규직 확대를 초래했고, 계층 이동의 기회가 줄어들었다. 교육 격차가 심화하면서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미래를 결정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었고, 이는 소비 위축과 사회 불안을 가중시키며 경제 성장마저 둔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노동시장 개혁해 성장 돌파구 찾아야

현재 한국도 같은 길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부동산 가격 폭등, 교육 불평등이 누적될 경우, 사회적 계층 이동이 차단되고 중산층이 무너지는 일본식 격차사회로 고착될 위험이 크다. 이대로 방치하면 경제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한국이 이러한 길을 피하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첫째, 노동시장 개혁이 시급하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공과 민간 부문 간 격차가 크다. 이러한 구조는 노동시장을 신분화하고, 계층 이동의 기회를 제한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강화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완화해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 없이는 소비 위축과 경제 성장 둔화라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

둘째, 교육과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교육은 더 이상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가정 배경이 자녀의 경제력을 결정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교육 투자 확대, 저소득층 대상 장학금 및 교육 지원 프로그램 강화,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춘 디지털 교육 및 직업 재교육 확대가 필요하다. 교육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사회 불평등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셋째, 부동산과 금융 자산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 급등은 중산층 몰락과 사회 불안정의 주요 원인이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점점 어려워지고, 부동산이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실거주 목적 주택 구입 지원,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조세 개혁이 필요하다.

금융 자산 격차를 완화하려면 저소득층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산 형성의 기회가 제한될수록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고착화될 것이다.

넷째,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경제적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국민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지방 경제 활성화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다면, 경제적 개혁이 성공하기 어렵다.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포용적 성장 정책과 함께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사회 전반의 구조개혁과 맞물린 개혁과제

이러한 개혁 과제들은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 개혁과 맞물려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 교육·복지 강화, 부동산·금융 격차 해소, 사회적 신뢰 회복은 개별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상호 연결된 복합적 과제들이다.

물론 개혁 과정에서 상당한 저항과 어려움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외면하면 한국은 일본과 같은 격차사회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사회 모두가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사회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격차사회의 고착화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다.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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