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방통위법 개정안(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내용상 위헌성이 상당하고, 안정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게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다. 작년 12월 27일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이후 9번째 거부권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물리적 충돌 우려가 커지자 "결과를 존중하고 수용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방통위법 개정안은 위헌성이 상당하고,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방통위의 안정적 기능 수행을 어렵게 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국회에 재의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 대행은 "방통위법 개정안은 작년 8월 이미 헌법이 부여한 행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해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재의를 요구했고, 국회 재의결 결과 부결되어 폐기된 바 있다"면서 "그럼에도 국회는 정부가 재의요구 당시 지적한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방통위원 임명 간주 규정' 등 위헌성이 있는 조항을 추가로 담아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 회의는 3인 이상 출석으로 개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개정안과 같이 개의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국회의 위원 추천 없이는 회의를 개회조차 할 수 없게 돼 방통위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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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결국 방송사업자 허가, 위법행위 처분, 재난지역 수신료 면제 등 위원회의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돼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그렇기에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의 의사 정족수를 전체 위원의 과반수 이상 등 엄격하게 법에 명시한 전례 또한 없다"고 부연했다.
또 "엄격한 개의 요건은 헌법이 정부에 부여한 행정권 중 방송통신 관련 기능을 국회 몫 위원 추천 여부에 따라 정지시킬 수 있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소지가 크다"며 "국회가 추천한 후보를 30일 내에 임명하지 않을 경우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 또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권력분립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방통위법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달 7일 정부로 이송됐다. 처리 시한은 오는 22일이다.
개정안은 방통위 회의 최소 의사 정족수를 3인, 의결 정족수는 출석위원 과반으로 하는 내용이 골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방통위가 합의제 행정기구인 점을 들어 주요 사안을 의결할 때 상임위원의 과반인 3명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3인 이상으로 명시할 경우 방통위 운영이 마비된다고 보고 있다. 현행 방통위법에선 상임위원은 5인으로 대통령 지명 2인, 국회 추천 3인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현재 방통위는 여야 간 이견으로 국회 몫이 채워지지 않아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 대행은 이같은 2인 체제 현실에서 3인을 개의 정족수로 하는 개정안이 공포되면 방통위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이 개정안을 두고 '방통위 마비법'이라며 "민주당은 2인 체제가 문제라고 하면서 국회 몫 3인 위원 추천은 거부하고, 그러면서 3명 이상 돼야 위원회를 열 수 있게 법을 만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을 향해 "방통위 2인 체제가 위법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방통위를 마비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최 대행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탄핵 찬반 양측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돌발 사고와 물리적 충돌 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어떠한 결정에도 결과를 존중하고 수용해 주실 것을 국민들께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헌재가 이르면 이날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일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주 21일 선고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또 민생경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점에 대해선 "물가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모든 국무위원들께서는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물가와 부동산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물가와 부동산은 국민 삶과 가장 밀접한 분야로서 민생경제의 바로미터"라며 "특히 부동산 시장에 대해 국토부, 금융위 등 관계부처가 시장 상황을 철저히 점검해 국민 우려가 확대되지 않도록 필요시 적기에 대응방안을 강구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야의 최근 연금개혁 합의 과정과 관련해선 "모수 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근본적인 국민연금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