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티뉴에이션 펀드 '부실 이연'
손실 가리려고 만기 연장에 활용
바디프랜드·버거킹 등 부실화
"경영 개선보단 시간벌기" 지적

사모펀드가 컨티뉴에이션 펀드(continuation fund)를 활용해 투자금 회수 시점을 연장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부실 이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사모펀드가 수익성이 떨어진 기업을 새로운 펀드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회피하거나, 투자자(LP)들에게 인위적 엑시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기존 펀드 만기가 도래했지만, 투자 자산 매각이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펀드를 만들어 자산을 이관해 투자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 매각이 어려운 경우, 시간을 벌어 기업 가치를 높여 매각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부실 자산을 미루는 수단으로 동원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다. 최근 매각이 어려운 부실 자산을 떠넘기거나, 손실을 가리기 위해 단순히 만기 연장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울며 겨자 먹기’로 부실을 미루는 이른바 ‘부실 폭탄 돌리기’로 비쳐 기업과 산업계의 장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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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VIG파트너스는 바디프랜드를 7000억 원에 인수하며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국내 안마의자 시장의 성장 둔화와 해외 시장에서의 기대 이하 실적으로 인해 매각이 지연됐다. VIG파트너스는 2018년과 2021년에 바디프랜드를 공개시장에 상장(IPO)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지만, 시장의 낮은 평가와 기업 내부 문제로 인해 IPO가 연거푸 무산됐다. IPO 실패로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서 영업이익도 쪼그라들었다. 바디프랜드 영업이익은 2018년 1200억 원, 2022년 600억 원, 2023년에는 167억 원으로 급감했다.
IPO 실패와 실적 악화로 인해 엑시트가 어려워진 VIG파트너스는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활용해 바디프랜드 투자를 연장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조성해 기존 LP를 새로운 LP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투자 기간을 연장했다. 그러나 바디프랜드의 실적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서 신규 투자자들의 부담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어피너티는 2016년 한국과 일본 버거킹 사업권을 인수했다. 인수 후 7년 뒤부터 투자금 회수를 시도했지만 경기 둔화와 외식 업황 부진으로 매각 작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기존 펀드 만기가 다가오며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활용해 버거킹 지분을 이관하는 방식을 택했다.
업황 회복을 기대하며 자산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매각이 어려우니 시간만 끄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어피너티는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활용하면서 향후 버거킹을 다시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외식업 시장의 소비 추세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이전과 같은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통해 부실 자산을 계속 보유하면 LP들은 장기간 자금이 묶여 유동성 문제를 겪을 수 있다”며 “자산 가치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추가 손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근본적 경영 개선보다는 시간 벌기에 치중해 기업 경쟁력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