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다변화로 다양한 업종 지수 하락 방어
코스닥, 바이오 상승 동력 집중

올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작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지수 전체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방산·바이오·금융 등 다양한 업종이 시총 상위권에 진입하며 시장 체력이 개선된 모습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기업가치 총합은 약 862조 원이다. 지난해 동기 952조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9.46%가량 줄어든 수치다. 반면에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1년새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코스피 시가총액 총합은 2185조 원, 이날 총합은 2138조 원이다. 약 2.15%가량 감소하는 데 그쳤다.
코스피 시총 상위 10종목 총합이 크게 줄어든 건 1위 기업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대비 약 90조 원 감소했다. 2위 기업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약 30조 원 증가했지만, 하락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지연, 레거시 메모리 부진 등으로 인해 지난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한때 '5만 전자'가 깨지면서 시가총액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증권가의 컨센서스(전망치 평균) 또한 1년 전 9만4348원에서 현재 7만3520원으로 약 22%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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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의 부진에도 코스피 지수가 버틴 건 시가총액 순위 내 종목이 다변화한 덕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기업이 시가총액 10위 내 절반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그 외에도 바이오, 방산, 정보기술(IT), 금융 등 다양한 종목이 10위 내에 편입했다. 특히, 대표 방산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44위에서 올해 8위로 '퀀텀 점프'하기도 했다.
지난해 랠리를 이끌던 반도체와 이차전지가 부진을 겪었지만, 산업 비중을 분산해 하방 지지선을 구축한 덕분에 코스피 전체 시총을 방어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다양한 산업이 분전한 덕분에 중·소형주도 덩달아 선전했고, 증시 체력이 튼튼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코스피200 중소형주는 지난해 1234.41에서 올해 1386.84로 약 12%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현재 외부 영향을 배제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으며, 산업 모멘텀만으로 성장할 환경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미국, 중국 증시에 대한 민감도는 역사적인 저점 수준에 도달했으며, 미국 물가 충격이나 중국 실물지표 충격이 나타나더라도 코스피 하방은 제한될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산업 이익 모멘텀 확대 기대감을 수반하는 경우 큰 폭의 반등세를 시현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기업의 실적 우려가 완화될 경우 점진적으로 상승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코스닥에서는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과 전체 종목 총합 모두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이차전지와 바이오가 동시에 강세를 보인 반면, 올해는 바이오 및 의료기기 사업이 시총 10위 내 7종목을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굳힌 점이 가장 큰 차이였다. 특히, 알테오젠은 키트루다SC 허가 등의 모멘텀으로 급성장하며 시총 1위를 차지했다.
바이오 산업의 장래가 밝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코스닥의 동반 상승도 점쳐진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은 기대감을 반영한 초기 성장 단계를 거쳐 2025년부터는 수익 창출이 가시화되는 실적 성장 단계에 돌입할 전망"이라며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등 선두 바이오텍들의 기술 이전 계약 및 마일스톤 수익이 실적에 반영되고 기술 이전이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