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비판’ 서울의대 교수 4명 쓴소리에 의료계 갑론을박

입력 2025-03-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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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 “참스승 면모 보였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응원”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융합관 박희택 홀에서 열린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융합관 박희택 홀에서 열린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강희경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비롯한 서울의대 교수 4명이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 이제는 결정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현장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비판했다. 이들 교수에 대한 맹비난과 격려가 동시에 나오며 의료계가 갑론을박하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들 교수 4명은 성명을 통해 “사태가 지속되면서 여러분에게 실망하고 절망하고 있다.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정말 내가 알던 제자, 후배들인가 싶다”면서 “조금은 겸손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이 오만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가 아플 때, 내 가족이 이들에게 치료받게 될까 봐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의사만이 의료를 할 수 있다’는 오만한 태도로 간호사나 보건 의료직들을 폄하하는 말을 서슴지 않는데, 솔직해져 보자. 응급실에서의 응급 처치, 정맥 주사 잡기 등의 술기를 응급 구조사, 간호사들에게 배우지 않았나. 여러분은 현장을 지키고 있는 동료 의사, 교수들을 비난하며 오히려 그들의 헌신을 조롱하고 있다. 동료애는 어디에 있나”고 꼬집었다.

의료계에선 이들에 대한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수라 불릴 자격도 없는 몇몇 분들께’라는 글을 올리며 “(응급처치 등 술기를) 간호사나 응급 구조사에게 배우지 않았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 책과 영상을 보며 혼자 공부했고, 동료 전공의에게 물어가며 눈치껏 익혔다”면서 “그걸 가르쳐야 할 주체는 당신들이다. 교육을 얼마나 등한시했던 건지, 교수의 역할을 알고 있는 것인지, 교수의 본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성 없이 당당하게 이야기하니 당혹스럽기까지 하다”고 반박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을 향한 서울대 교수들의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은 대체 근거가 무엇이고 이유가 무엇인지 전혀 감조차 잡을 수가 없다”면서 “참담하다. 어느 한 구절도 동의할 수 없다. 이보다 더 절망스러울 수 없다”고 밝혔다. 방재승 전 서울의대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지금은 강희경 교수가 서울의대 교수비대위 위원장도 아니다. 의대생, 전공의들에게 글을 보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희경 선생님의 자기 고집과 불통, 자기 합리화는 윤석열 대통령과 똑같아 보인다”고 지적하며 전체 서울의대 교수의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의사 커뮤니티에선 전공의와 의대생을 비판한 교수들에 대한 맹비난이 쏟아졌다. 한 의사는 “진짜 미친 것 같다. 이해하려 노력했는데,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이해해 줄 상대가 아니다. 저런 생각으로 의협 회장에 출마했었다니 끔찍하다”고 적었고, 다른 의사는 “전공의, 학생들을 두둔해도 모자를 판에 깎아내리는 모양새가 안쓰럽다. 더 이상 교수가 아니길 바라는 것 같다. 정치 쪽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남기기도 했다

강 교수의 페이스북 글에도 비난 댓글이 다수 달렸다. 자신을 사직 전공의 엄마라고 밝힌 이용자는 “이 난리 통에도 잘 먹고 잘사는 건 교수님 같은 기존 의사들이다. 애들이 얼마나 처절한지, 의대생과 전공의 가족들이 지난 1년간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왔는지 온실 속 높은 곳에만 계셔서 모르시나 보다. 대한민국에서 의사는 안 되겠다. 교수님들이 이런 스탠스(입장)라면 아이가 돌아갈 일은 없겠다”고 적었다.

환자단체는 서울의대 교수들의 발언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막연한 투쟁, 복귀를 가로막는 일련의 행동 등을 지적했다. 너무도 당연한 부분임에도 나서지 못했던 많은 이들을 대신해 따끔하게 꾸짖은 것이라고 판단한다”면서 “제자를 위해 참스승의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응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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