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키우기보다 자금회수 몰두…기업체질 약화 초래[사모펀드의 늪③]

입력 2025-03-19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본 기사는 (2025-03-18 18: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인수기업 내실강화 뒷전

새 먹거리 찾기보다 비용 감축
인수된 기업 EBITDA 줄어들어
기업 현금흐름 등 가치는 후퇴
락앤락·쌍용C&E 등 실적 악화
매각 불발땐 줄줄이 부실 이어져

▲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 대주주 MBK에 대한 규탄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 대주주 MBK에 대한 규탄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 사태를 비롯해 사모펀드가 인수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모습이 속출하고 있다. 산업 지각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보다는 비용 절감과 재무 기술에 의존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피투자기업 EBITDA 9% 감소…현금흐름 저하

18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2023년 국내 사모펀드가 회수까지 끝낸 135개사의 기업가치는 투자부터 회수까지 평균 3.8년간 35% 증가했다. 기업가치 증가분의 약 73%는 매출 성장에서 발생했고, 36%는 가치평가(밸류에이션) 배수를 높여서 달성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사모펀드 투자기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이익률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재무수치를 개선해 투자금 회수 수익률을 높이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기업의 현금흐름은 나빠졌다는 의미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와 출자자(LP)들이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사이 기업 현금흐름이 축소되는 등 본질적인 기업가치가 오히려 떨어진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회수에 성공한 기업들은 상황이 좋은 편이다. 사모펀드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인수해 회수에 성공하기가 점차 어려워지는 추세다. 전통적인 회수 수단인 고가 기업공개(IPO)나 매각이 줄줄이 불발되면서 펀드 내에서 부실화되는 포트폴리오들이 많다는 얘기다.

홈플러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유통업 지형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에 실패하면서 적자가 지속됐고, MBK파트너스의 무리한 회수 전략으로 기업의 채무 부담은 극대화됐다.

새 먹거리 발굴보다 비용 줄이기…락앤락·쌍용C&E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가 보유한 락앤락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어피너티는 2017년 락앤락을 약 6300억 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 직후 고객이 대거 이탈하면서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온라인 시장 개척과 해외시장 확대 등의 전략들도 난항에 부딪혔다. 연구개발(R&D)과 신제품 투자를 축소하고 인력을 감축했지만, 일시적 비용 절감은 브랜드 경쟁력 저하를 불렀다.

2023년 락앤락 영업이익은 2017년 인수 당시보다 30% 넘게 추락했다.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지속 하락해 소액주주 반발이 커지는 상황에서 어피너티는 지난해 락앤락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어피너티는 남은 지분을 활용해 락앤락을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한 뒤 매각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가 2016년 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한 쌍용C&E(구 쌍용양회)도 마찬가지다. 건설업 불황에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폐기물 처리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하며 현금흐름이 악화하기도 했다. 한앤컴퍼니는 쌍용C&E로부터 대규모 배당을 펀드로 받는 방법으로 투자금 회수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였다. 쌍용C&E 영업이익은 2021년 2487억 원에서 2023년 1841억 원으로 줄었다.

적기회수 실패해 펀드에서 펀드로…돌고 도는 기업들

사모펀드가 신사업 발굴 등이 아닌 구조조정과 같은 경영 방식을 택하면 경쟁력이 약화한 기업을 사모펀드끼리 저렴한 가격에 사고파는 수단으로 전락할 여지가 있다. 사모펀드끼리 기업 지분을 사고파는 거래를 ‘세컨더리 딜(secondary deal)’이라고 한다.

세컨더리 딜은 기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적기에 회수하고, 매수자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기업 재매각과 인수에 책정되는 가격이다. 기업 이익과 가치 자체를 높이지 않고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팔아 몸집을 줄이고, 이를 싼값에 인수하려는 또 다른 사모펀드에 재매각하는 거래가 부지기수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사모펀드 간 거래는 산업계에 내실 있는 기업이 등장하도록 촉진하는 사모펀드의 면모를 퇴색할 수 있다"면서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등이 침체한 국면에서는 사모펀드들이 ‘수건돌리기’를 할 유인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사즉생' 발언 후 첫 주총 삼성전자, 고강도 쇄신 나선다
  • 후폭풍 '미미'→재지정…열흘 만에 180도 바뀐 서울시…"시장 혼란만 증폭"[3·19 안정화 방안]
  • 리얼 허거덩거덩스·햄부기햄북…성인 80% "신조어로 세대 간 소통 불편" [데이터클립]
  • "약속을 잘 지키는 생선이 있다"…'조기'를 아시나요? [레저로그인]
  • 김수현 소속사 반박에…김새론 측 "미성년 시절 입증 사진 포렌식"
  • "3년도 안 돼 문 닫는다"…빚만 1억, 소상공인 '눈물의 폐업'
  • “선예매도 ‘등급’이 있어요” 프로야구 티켓 논란…최상위는 암표? [해시태그]
  • "사직서 내러 뛰어가나?"…'언슬전', 싸늘한 안방극장 시선 돌릴까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3.1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2,630,000
    • +1.26%
    • 이더리움
    • 2,934,000
    • +5.39%
    • 비트코인 캐시
    • 495,400
    • -0.06%
    • 리플
    • 3,401
    • +2.9%
    • 솔라나
    • 186,400
    • +2.81%
    • 에이다
    • 1,051
    • +2.24%
    • 이오스
    • 833
    • +15.53%
    • 트론
    • 338
    • +2.11%
    • 스텔라루멘
    • 414
    • +5.61%
    • 비트코인에스브이
    • 50,700
    • +2.61%
    • 체인링크
    • 21,010
    • +3.96%
    • 샌드박스
    • 425
    • +3.9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