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업계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중국의 저가 제품 난립과 미국의 관세 폭탄에 끼여 샌드위치 신세다. 안으로는 노사 갈등까지 덮치며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한국 철강산업은 대내외적인 도전에 직면했다.
18일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철강 수요는 17억7200만 톤(t)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4년 만의 플러스 성장이지만 수요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수준(17억9100만 톤)에 미치지 못하면서 회복세는 기대를 밑돌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철강 수요도 답보 상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는 작년보다 2% 감소한 293조 원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자동차생산은 지난해 413만 대에서 올해 407만 대로 1.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가전생산지수는 97.8(2019년=100)에서 85.8로 12.3% 축소될 전망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분석한 철강재 실수요가용 출하비중은 2023년 기준 △건설(36%) △자동차(28%) △조선(17%) △전기전자(6%) 등의 순이다. 철강재 수요가 많은 건설, 자동차, 전기전자 산업의 부진은 철강산업에 직격탄이다.
수요는 정체됐는데 공급과잉은 지속 중이다. 지난해 8월 중국의 신규 철강설비 증설 중단 발표에도 중국 조강능력은 11억8000만 톤, 조강생산은 10억2000만 톤 수준을 나타냈다. 오히려 중국은 내수부진과 공급과잉 타개를 위해 수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철강기업인 보무강철은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지난해 수출 600만 톤에서 1000만 톤까지 확대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로 과도하게 유입되면 국내 생산 기반을 약화시킨다. 우리나라의 중국산 강재 수입은 2020년 600만 톤에서 2023년 870만 톤, 지난해 880만 톤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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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제품 관세는 기업을 더 옥죈다. 한국신용평가는 25%의 관세를 온전히 반영하면 지난해 대미 수출액 기준 국내 철강업의 최대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비용이 8억90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종 대내외 악재 속에 철강기업들의 실적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 감소했고, 현대제철은 80% 급감했다. 동국제강(-56%), 대한제강(-89%), 한국철강(-98%)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현대제철·동국제강·대한제강·한국철강은 작년 4분기 적자였다.
첨예한 노사갈등도 걸림돌이다. 현대제철은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을 놓고 부분파업, 생산차질, 직장폐쇄, 비상경영, 희망퇴직·전환배치 등의 진통을 겪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노사분규로 생산 차질이 빚어져 250억 원이 넘는 손실액이 발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