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탈퇴로 예산난 극심...비용절감 진행중
미국 지원, WHO 예산의 20~25% 비중

세계보건기구(WHO)가 미국의 탈퇴로 자금이 부족해지면서 아프가니스탄에 지원해오던 필수 의료 서비스의 80%가 폐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WHO는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달 첫 주까지 이미 아프간에서는 167개 의료시설이 폐쇄돼 160만 명의 생명을 구하는 의료 서비스가 중단됐다.
WHO는 그러면서 “긴급 개입이 없으면 올해 6월까지 220개 이상의 시설이 추가로 폐쇄돼 180만 명의 아프간인이 1차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1월 20일 미국을 WHO에서 탈퇴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이틀 뒤 유엔에 WHO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미국은 194개 회원국을 둔 WHO의 최대 자금줄로 정규 예산의 20~25% 정도를 책임졌던 만큼 WHO의 자금난이 심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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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는 아프간 의료 지원 시설 80%의 운영이 중단될 경우 여성과 아동, 노인, 난민 등 수백만 명의 아프간인들이 필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WHO는 설명했다.
아프간은 WHO와 다른 나라의 원조 등에 의료시스템을 의존하고 있으며, 현재 홍역, 말라리아, 소아마비 등 다수의 보건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WHO에 따르면 올 1~2월에만 1만6000건 이상의 홍역 의심 사례가 보고됐고, 111명이 사망했다.
또 출생 10만 건당 638명의 산모가 사망해 전 세계에서 산모 사망률이 매우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동시에 5세 미만 아동의 10%가 영양실조 상태, 45%는 성장 부진을 겪는 나라다.
아프간 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큰 난민 캠프인 방글라데시의 콕스 바자르에서도 C형 간염 진단과 치료가 중단됐으며 질병 감시, 1차 및 2차 의료서비스, 실험실 서비스, 물품 조달 및 의료 종사자의 급여도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WHO는 미국의 탈퇴로 자금이 급격히 부족해지면서 필수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마이크 라이언 WHO 보건 비상 대응 책임자는 “2년간 WHO의 보건비상예산이 12억 달러(약 1조7421억 원)에서 8억7200만 달러로 25% 축소될 것”이라며 “에볼라 대응, 재난 의료팀, 전염병 감시 등 필수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한 어려운 선택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WHO는 인력 감축 및 신규 채용 동결 등의 조치를 시행했지만, 비용 상승 문제 등에 대한 대응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